[경제 카페]배추파동에 빙그레 웃는 주말농장 도시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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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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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을 줘도 이 배추들과는 바꾸지 못해요. 아이들 자연 공부나 시키려고 시작한 건데….”

주부들은 요즘 괴롭습니다. 상추값에 이어 배추값, 무값까지 하늘 높은 줄 모릅니다. 시장에 나가도 지갑을 열기가 망설여집니다. 비싼 채소를 사 먹느니 “차라리 길러 먹자”는 소비자도 많습니다. ‘베란다 텃밭세트’ 같은 원예용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길러서 재미를 본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주말 농장을 가꾸는 ‘도시 농부’들입니다. 이들은 요즘 김치나 상추쌈이 더 맛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채소를 직접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치솟는 채소값을 보면 주말 농장 가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주말 농장은 서울이나 대도시 근교의 텃밭을 말합니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들에게 일정한 금액을 받고 1년 동안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하지만 요즘은 기업들도 마케팅 차원에서 고객들에게 주말 농장을 분양해주곤 합니다. 유기농산물 판촉과 체험을 위해 올해 처음 주말 농장을 분양한 현대백화점도 마케팅 효과로는 ‘대박’을 쳤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4월 경기 고양시와 양평군 등지에 6600m²(약 2000평)의 텃밭을 마련해 고객들에게 3∼5평씩 선착순으로 임대했습니다. 이용료 5만 원을 받지만 배추 한 포기라도 수확하면 가을에 2만5000원을 돌려줍니다. 텃밭을 방치해 놓으면 보증금 반환은 없습니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가족끼리 나와 봄, 여름에는 쑥갓, 상추 등을 키우고 여름부터는 무, 배추 등을 가꿉니다. “8월 폭우 때는 거의 텃밭에 신경을 쓰지 않던 가정도 최근 채소 가격 폭등 소식을 들은 뒤로는 꾸준히 텃밭에 나와 채소를 가꾸고 있다”는 것이 이 백화점 마케팅팀 장경수 과장의 귀띔입니다. 종종 텃밭에 나가 고객들을 만나는 장 과장은 요즘 “고맙다”는 인사 듣기에 바쁘다네요. 현대백화점은 올해 ‘배추 파동’으로 내년에는 신청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임대 주말 농장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을 검토 중입니다.

주말 농장은 온 가족이 ‘가꾸는 즐거움’과 ‘농산물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주말 농장을 정성껏 가꾼 가정이라면 올해는 그 보람이 훨씬 더 크겠지요.

주성원 산업부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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