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 펀드 이동제 6개월 ‘찻잔속 태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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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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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 지 6개월이 됐습니다. 휴대전화 이용자가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것처럼 펀드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증권 은행 보험사 등으로 판매사를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판매사의 서비스 차별화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죠. 시행 초기엔 ‘갈아타기 열풍’이 불고 판매사 간의 판도가 뒤바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찻잔 속 태풍’이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투자자들의 외면은 커졌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25일 제도가 도입된 뒤 6월 30일까지 총 1만5780건(3497억 원), 하루 평균 143건(32억 원)의 펀드가 판매사를 옮겼습니다. 하지만 시행 초기 1개월간 하루 평균 235건(53억 원)이던 이동 규모는 최근 한 달 새 55건(17억 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2월엔 하루 평균 310건의 펀드가 판매사를 바꿨지만 7월에는 20건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소비자 반응이 시큰둥한 것은 판매사별로 수수료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당초 판매사 간 경쟁을 통해 수수료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판매사들이 거둬가는 보수와 수수료는 아직 그대롭니다. 오히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신규 펀드의 판매 보수를 연 1.0% 이내로 제한하자 보수가 훨씬 높은 ‘랩어카운트 상품’ 판매에만 혈안인 모습입니다. 판매사를 바꾸려면 원래 가입했던 판매사 지점을 방문해 이동 확인서를 받은 뒤 새로 옮길 판매사를 찾아가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도 문제입니다. “어디서 가입하든 사후관리나 서비스, 수수료에서 차이가 없는데 번거롭게 옮길 필요가 있느냐”는 게 소비자들의 볼멘소리죠.

펀드 최대 판매 채널인 은행이 독점적으로 파는 인기 펀드를 증권사에서 같이 팔지 못하는 상황도 걸림돌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똑같이 운용되는 펀드라도 국민은행에서 판매하는 펀드는 ‘K클래스’(펀드 이름 뒤에 K를 붙여 판매)로 분류돼 증권사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은행권에서만 팔리고 있는 펀드를 증권사도 판매하길 원하지만 은행 눈치를 보는 자산운용사들이 판매사를 늘리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이유로 상반기 이동 펀드 가운데 증권사 간 이동이 59%(2060억 원)인 데 비해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긴 펀드는 30%(1052억 원)에 그쳤습니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판매사 이동이 제한됐던 온라인 전용펀드 등 온라인상으로 판매되는 모든 펀드를 8월 30일부터 이동 대상에 포함한다고 합니다. 수수료가 낮은 온라인 증권사가 들어오면 수수료 경쟁이 촉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또 투자자가 판매사 지점에 직접 들르지 않고 온라인으로도 판매사를 옮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하반기에 모든 판매사에 이 제도를 확대한다고 합니다. 당초 취지를 살려 소비자 권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가 정착되길 기대합니다.

정임수 경제부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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