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24시/실속파 신세대③]“회사 옮겼다 쓴맛? 단맛?”

  • 입력 2002년 4월 1일 17시 53분


한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김모 대리(33)는 이미 직장을 세 번 옮겼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높게 사준 새 회사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지만 때로는 불만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공채 출신 직원들이 저를 ‘아웃사이더’로 대하더군요. 업무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는 ‘외부 인사’라는 벽을 깨기 위해 같은 부서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자주 어울렸다. 이제는 어느 정도 벽을 넘어서긴 했지만 여전히 긴장감은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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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移職)이 일반화하면서 사원이나 대리급에서도 일정 정도의 경력을 바탕으로 새 직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력직 사원이 늘어나면서 공채 중심이던 때와는 다른 새로운 기류도 확산되는 추세.

경력직과 공채 사원 사이에 때로는 경쟁을 위한 긴장감이 형성되는가 하면 때로는 서로 좋은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한 통신회사의 무선 콘텐츠 분야에서 일하는 A씨(30)는 요즘 ‘사회 생활의 쓴 맛’을 보고있는 것 같다. 회사에 들어왔더니 대학시절과 달리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했던 것. 특히 자신이 일하는 부서는 경력직 사원들이 많아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대신에 자기 할 일만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그는 “처음 몇 달 동안은 신참으로서 참 서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일이 익숙해지고 나니 선배들을 오히려 동료처럼 대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업종을 바꾸면서 이직에 성공한 이모 대리(33)는 경력직 사원의 장단점을 모두 경험하고 있다.

“예전에는 상하구분이 명확해서 상사의 허드렛일까지 대신 해줘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옮긴 회사에서는 내가 해야할 일만 하면 돼 편합니다.” 대신 그는 회사내 기수별 모임에는 초청받지 못하며 승진에서도 공채출신이 우대받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최선을 다해볼 작정이지요. 직장인으로서 임원 한 번 돼보고 싶지만 이 회사에서 능력과 무관하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죠.”

입사 1년차인 김모씨(29)는 경력 사원이 오히려 많은 부서에서 일하다보니 회사를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그는 스스로도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서 자신에게 훨씬 좋은 기회를 주는 회사로 옮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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