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김순택 삼성SDI 사장 "1兆이익 문제없다"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41분


삼성SDI 김순택(金淳澤·52)사장은 올해초 사업계획을 짜면서 ‘경상이익 1조원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낸 작년(7036억원)보다 무려 42%가 늘어난 수치.

몇몇 임원들은 “국내외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작년 수준의 실적만 올려도 선방하는 것”이라며 난감해했다. 하지만 김사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기회있을 때마다 “우리의 목표는 조단위 이익”이라며 독려하고 있다. “1조원 이익은 ‘꿈’이자 ‘비전’입니다. 도전이 없는 조직은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지요. 다소 힘에 부치기는 하지만 이 고지를 오르기 위해 땀을 흘리다보면 사장을 포함해 모든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일하는 자세가 바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이달초 입사한 신입사원 300여명에게도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해달라”며 꿈과 비전을 강조했다. 직장인으로 성공하려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저지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게 김사장의 지론.

김사장은 그룹내에서 ‘의리를 중시하는 선굵은 덕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한번 목표를 세우면 끝장을 보고 마는 추진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평소 언행에서는 직원들의 사기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면도 갖고 있다.

그는 요즘 ‘발전적 구조개혁’이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하면 직원들이 곧 감원이 있을 것으로 받아들이고 불안해합니다. 사업구조를 수익성 높은 방향으로 바꾸고 생산시설의 기능을 재배치하겠다는 뜻이지만 본의아닌 오해로 직원들을 움츠러들게 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적 구조개혁’이란 현장의 사기를 고려한 ‘김순택판 구조조정’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

그는 “최고경영자의 임무는 시장변화를 예견해 새로운 수익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내고 종업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관 분야의 세계 1위인 삼성SDI가 최근 들어 유기EL 이차전지 등 첨단사업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브라운관 비중이 줄어들더라도 감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

72년 그룹 공채로 입사한 김사장은 78년부터 20년가까이 그룹 비서실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통이다. 본인은 80년대 중반 전자소그룹을 관할하면서 삼성이 반도체와 액정표시화면(LCD) 등 전자산업 성공의 기틀을 다질 때 일조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기술분야 출신이 아니지만 신제품 설명회에서는 기술담당 임원을 제쳐두고 까다로운 질문에 직접 답변할 정도로 전자기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회사와 가정 생활의 조화를 중시해 본인부터 격주 토요휴무제를 준수한다. 주말에는 주로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실천한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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