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보유 시인 파문]상황 더 꼬여 3자회담 지속 불투명

  • 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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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던 베이징(北京) 3자회담은 북한의 핵 보유 발언으로 인해 오히려 핵문제 해결구도를 더 복잡하게 만든 채 막을 내렸다.

북한의 핵 보유 언급이 사실일 경우 북핵 사태 및 한반도 정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한미일 3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조 방향도 이제는 북한이 핵 재처리 및 핵무기 보유라는 금지선(Red Line)을 넘는 것을 막겠다는 소극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북한 핵무기 폐기라는 더욱 장기적이고 복잡한 목표로 바꿔야 할 것이다.

회담 시작 전부터 북한은 핵 재처리 시사 발언으로, 미국은 북한 지도부 축출 메모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다. 회담이 시작된 뒤에도 북한은 미국의 선(先)체제보장을 요구하고, 핵 보유를 시사함으로써 미국 대표단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미국도 이번 회담은 북핵 개발계획의 포기를 요구하면서, 이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자회담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북한과 미국의 팽팽한 대립으로 후속회담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첫 3자회담이 끝났다. 후속회담을 열기 위해서는 북-미간 뉴욕채널을 통한 접촉 또는 중국의 중재 노력이 필요하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핵 보유 소식을 접한 미국 내 강경파들이 북한과의 협상 무용론을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미국 대표단도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도 북한이 각종 협상 때마다 활용해온 트레이드마크인 ‘벼랑끝 전술’로 압박해올 것을 예상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3자회담은 장기적인 레이스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각자의 입장을 분명히 확인하는 바닥 다지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평가다. 특히 북한 대표단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것이 아니라, 회담 마지막 날에도 회담장을 찾아옴으로써 후속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외교가는 이제 중국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3자회담을 제안한 것이 중국인 만큼 중국 정부가 앞으로의 대화재개 여부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 시인을 계기로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 등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이번 회담을 제안한 중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중재노력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베이징 3자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향후 북한의 태도변화, 중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따라 회담재개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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