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할때… 차곡차곡 채워줄 ‘육칼두’[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아름다운 것들은 스쳐간다. 올 가을의 단풍, 사랑하던사람, 그리고 간밤의 하얀 눈. 문득 창밖을 보며 아름답다 깨달았을 때 그들은 이미 떠나가고 없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거대한 포부와 희망을 기원하는 대신 지워지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해 기쁘게 안녕하는 법도 배워야겠다고 다짐한다. 새해…
-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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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은 스쳐간다. 올 가을의 단풍, 사랑하던사람, 그리고 간밤의 하얀 눈. 문득 창밖을 보며 아름답다 깨달았을 때 그들은 이미 떠나가고 없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거대한 포부와 희망을 기원하는 대신 지워지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해 기쁘게 안녕하는 법도 배워야겠다고 다짐한다. 새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면 뻔한 곳보다는 뭔가 특별한 장소를 찾게 됩니다. 좋아하는 이와 단둘이 정다운 시간을 나눌 만한 곳으로 조용하고 고즈넉한 곳도 좋겠지만, 이맘땐 약간 들뜬 분위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솔로라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혼밥, 혼술을 하기에도 꽤나 괜찮은 …
70대 후반이었던 은사는 중국요리를 좋아했다. 정기적인 모임이 있었는데 은사의 입맛에 맞는 중식당을 찾는 게 총무의 고민이었다. 하루는 모처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새로운 중식당에 가게 됐다. 은사가 처음 방문한 식당이라 어떤 음식이 맛있냐고 묻자 매니저는 일본식 중식을 표방하고 있으며…
‘오마카세’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 꽤 지났음에도 요식업계에서는 여전히 핫한 화두입니다. 스시나 튀김(덴푸라) 코스 요리 같은 데서 출발한 말이겠지만, 한우와 돼지 심지어 꼬치 같은 닭요리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은 무한 확장 중입니다. 말뜻은 요리사에게 오늘의 음식 차림에 대해 …
잘 만든 ‘생도너츠’에서는 단풍잎 향기가 난다. 바스러지는 것 같으면서도 촉촉하고, 한입 베어물면 시나몬 향이 코끝을 적신다. 광주 광산구의 공력 있는 동네빵집 ‘피낭시에제과점’. 이곳의 옛날 빵은 일품인데 그중 단팥빵, 생도너츠, 소금빵, 우유식빵이 특히 인기다. 1980, 90년대…
대전 중구 은행동에 있는 40년 가까이 한결같은 맛집, 한밭칼국수. 이름은 칼국수 집이지만 먹어봐야 할 것은 두부탕입니다. 칼국수도 맛있지만 칼국수야 잘하는 집이 적지 않으니까 말이죠. 어찌 보면 뻔한 음식일 수도 있는데 생각 외로 낯선 음식입니다. 익숙한 듯 전혀 익숙하지 않아 비슷…
충남 예산의 한적한 시골에 있는 토종씨앗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두 개의 종지에 삶은 통밀이 나왔다. 육안으로는 한 종지의 통밀이 좀 더 매끈한 듯 보였지만 미세한 차이를 금방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통밀 몇 알을 먹어보았다. 한국인들은 현미 흑미 보리 등 통곡물을 자주 접하기에…
오늘은 저의 오랜 단골집을 소개합니다. 30여 년 전 전공의 시절에는 대학병원의 구내식당과 이발소만 다녀 편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매일 점심을 해결하는 식당과 한 달에 한 번 들르는 이발소를 찾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게을러선지 아니면 괴팍한 성격 탓인지 한번 정하면 폐업을 하지 않…
들뜨지 않은 분위기와 맵지 않은 음식을 좋아한다. 이런 개인 취향을 반영하듯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아귀찜을 찾았는데 쉽지 않았다. 요즘 아귀찜 전문점들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더 맵고 칼칼하거나, 달근하게 할까 고민하며 경쟁 중이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다 찾아낸 식당이 있…
서울 마포구의 중식당 ‘몽중식(夢中食)’은 문을 연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요리뿐 아니라 내부 공간도 수시로 바뀌는 요소를 도입해 색다른 식사 경험을 선사합니다. 손님이 고르는 단품요리는 없고 정해진 코스요리만 있는데 낮 12시, 오후…
몇 해 전 강원 철원군에서 주최한 군인요리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전국 최초 지리적 표시제로 유명한 ‘철원 오대쌀’을 주제로 군부대 선발 군인들이 펼치는 대회였다. 대회장인 철원종합운동장에는 생전 처음 보는 실물 탱크가 한편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백골레스토랑’ ‘용…
음식에 관해 쓸 때 스스로 검열을 하는 몇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친환경 유기농, MSG, 유전자조작 농산물, 채식·육식주의 등인데,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건강과 환경, 나아가 이념 문제까지 맞물린 논쟁적인 단어들이라 무척 조심스럽지요. 이는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글로벌…
저녁놀이 질 무렵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에서 생선구이 냄새가 났다. 이웃집의 저녁 밥상에는 생선구이가 올라갈 것이다. 혼자 집에 들어가 생선을 구워 먹는 것은 혼자 영화를 보는 일만큼이나 내키지 않는다. 문득 생각난 곳이 있어 급히 발길을 돌려 서울 중구 황학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사…
고기, 특히 소고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한우 코스 요리를 즐겨 보셨을 텐데 부산 해운대에 새로운 콘셉트로 오픈한 곳이 있어 소개합니다. 요즘 해운대에서 가장 핫한 엘시티의 바로 건너편 미포 오션사이드 호텔 2층에 자리 잡은 ‘율링’. 청사포에 위치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꽁…
살면서 오래 먹는 국으로 육개장을 꼽을 수 있다. 어릴 적 생일이 돌아오면 엄마는 아침 생일상에서 어떤 국을 먹고 싶은지 선택지를 주셨다. 세상 모든 국들 가운데 고를 수 있는 질문 같지만 우리 육남매는 그 선택이 미역국과 육개장 중 하나임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다. 다행히 가족 모두…
수도권 사람들이 강원도의 푸른 바다를 보러 갈 때면 영동고속도로나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합니다. 예전보다 많이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터널도 부지기수요, 앞차 꽁무니만 보며 제한속도와 구간속도에 맞춰 운전을 해야 하고, 백미러로 보이는 뒤의 대형 차량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이래저래…
너무 더워서 씹기조차 귀찮던 어느 날 서울 종로구 익선동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는데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비를 맞으면서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곳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을 해결해 줄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이었다. 한옥 처마 아…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입니다. 예전에는 바캉스 하면 인파가 가득한 산이나 바다를 찾아 고생을 사서 하는 게 다반사였지만, 요즘은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호텔을 찾아 짧게 푹 쉬고 오는 게 유행이기도 합니다. 호캉스라고들 하지요. 호캉스까지는 아닐지라도 36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주말 오후…
사찰음식을 테마로 음식문화 탐사를 1년간 다닌 적이 있다. 말린 가죽나무 줄기로 채수(菜水)를 내는 절집의 승소(僧笑·국수) 끓이기를 배우고, 봄철 짧게 초록을 띠는 제피(조피)의 순간을 포착해 열매를 따고 껍질을 가루로 내는 비법도 익혔다. 보리등겨 메주에 고춧가루, 조청, 무, 마…
오래전, 귀하디귀한 자연산 전복에 홀려 저지른 ‘죄’를 이제야 고백합니다. 한때 골프에 빠져 겨울만 되면 제주도를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다닌 적이 있습니다. 남자들끼리 실컷 놀고는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수협공판장에 들러 수산물을 잔뜩 사가는 것으로 그 죄를 갚으려고 했습니다.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