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규 'P의 거짓' AD "순수와 거짓, 괴이함과 아름다움의 극적 대비를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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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0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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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에서 출시한 PC·콘솔용 소울라이크 액션 RPG 'P의 거짓'이 화제다.

'P의 거짓'은 지난 글로벌 게임쇼 게임스컴 2022에서 한국 게임 최초로 3관왕을 수상하는 등 글로벌 흥행 기대감을 높여온 게임으로, 지난 9월 19일에 정식 출시되자마자 스팀 전체 판매 순위 6위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게임은 이탈리아의 고전 '피노키오'를 잔혹 동화로 각색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본지에서는 네오위즈의 노창규 AD(Art Director)와 성기범 배경팀 팀장을 만나 이 'P의 거짓'이 어떻게 현재의 시각적 효과와 콘셉트를 가지게 되었는지 얘기를 들어봤다.

노창규 AD(사진 왼쪽), 성기범 배경 팀장(사진 오른쪽) (사진=게임동아)

"'P의 거짓'을 관통하는 것이 바로 극적인 대비입니다. 주인공의 순수함과 그에 따른 필연적인 거짓말, 그리고 기괴하지만 극적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 플레이어들이 이러한 선명한 대비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죠."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네오위즈의 회의실. 'P의 거짓'의 아트를 총괄한 노창규 AD는 그래픽 콘셉트와 관련된 질문에 '대비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노창규 AD는 게임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벨 에포크 시대 자체가 우아하고 정말로 아름다웠던 르네상스 시대였다고 설명한 뒤, 그런 시대를 더럽히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야 안타까움이 더 커지기 때문이라는 말과 함께.

또 노 AD는 그러한 선명한 대비 효과를 위해 노을과 날씨, 시간, 비, 습도, 바람까지 19세기 유럽을 꼼꼼하게 구현하면서도 게이머들이 죽음이라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어둡고, 습기 차고, 잔혹한 느낌이 가득하도록 게임 무대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몰입감과 완성도를 위해 많은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라디에이터 등 그 시대에 어떤 물건이 있었는지, 시체가 얼마 만에 썩는지, 하다 못해 각 건물들이 어떤 예술적인 기법으로 디자인되었는지 세밀한 조사가 필요했죠. 게임 내 배경, 벽돌, 오브젝트 하나하나가 다 연구가 된 것들입니다."

성기범 배경팀장도 말을 거들었다. 그는 매 스테이지가 각 콘셉트에 따라 다 다르게 표현됐다면서, 게임이 소울 라이크 장르이기 때문에 길을 암시하는 라이트 효과를 넣는 것 외에도 습도와 환경에 따라 습기, 안개, 시야 등을 조절해야 했으며 거의 2년 넘게 게임의 조도 값을 다듬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모든 모니터나 TV의 밝기가 다르기 때문에 유명 레퍼런스 모니터를 몇 개 정해서 각종 실험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노창규 AD (사진=게임동아)

"최적화 작업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콘솔 게임이니 밀도를 올려야 했는데, 무엇보다 전투가 중요한 만큼 고퀄리티 그래픽을 유지하면서도 프레임 드롭이 없어야 했죠. 이 부분에 어마어마한 시간을 썼습니다."

노창규 AD는 최적화와 관련해서 지금의 결과물이 나온 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게임의 퀄리티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안정감 있는 전투 프레임을 구현하는 것은 무척이나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며, 퀄리티와 프레임 드롭이라는 물러설 수 없는 상충 요소 앞에서 어마어마한 조절과 노가다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성기범 배경팀장 또한 "뼈를 갈아 넣었을 정도의 고생이었다"라며 최적화 작업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각 보스를 보시면 저희 개발팀의 의도가 잘 녹아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 '인형의 왕'은 덩치감을 주려고 노력했고 과감함을 위하 거대한 호스를 움직이게 하기도 했죠. 각 보스들의 컨셉트가 다 의도가 있고, 세계관과 내러티브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노창규 AD는 자신의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이 가지는 스토리의 진중함이나 각 보스와의 스토리 라인을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이런 융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자신의 기준으로는 '굉장히 희소할 만큼 재미있는 게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인정받아 정식 출시 전에도 글로벌 지역에서 'P의 거짓'의 팬아트가 만들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P의 거짓 (제공=네오위즈)

"무기를 교체하는 각 모션, 무기 조합 시스템, 페이블 아츠.. 나아가 거짓말 시스템 등 'P의 거짓'만의 차별화 요소가 굉장히 많습니다. 단순한 소울라이크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꼭 한 번 플레이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이제 게이머분들이 'P의 거짓'을 채워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노창규 AD와 성기범 배경팀장의 말을 떠올리며 정식 발매가 된 'P의 거짓'을 틀었다.

어두운 세계관과 대비되는, 샹송을 포함한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게임이 시작됐다. 메타크리틱 점수도 높았고, 게임 커뮤니티에 극찬도 쏟아졌다.

콘솔 게임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한국 게임업계에 하나의 파장을 낳고 있는 게임 'P의 거짓'. 이 게임이 어디까지 흥행을 거듭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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