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태블릿 PC 보급 사업'에 파열음... 규탄 시위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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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27일 0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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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의 스마트 단말기 보급 사업을 둘러싸고 이해 관계자 간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21년과 22년, 도내 학생들에게 스마트 단말기(태블릿 PC)를 보급하는 건에 대해 가격, 적기 납품, 사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다수공급자계약(Multiple Award Schedule, MAS) 2단계 방식으로 태블릿 PC를 조달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 방식이 아닌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사실상 대기업에게 납품받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가격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단가가 상승할 여력이 있으며, 대기업이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그만큼 중소기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지난 25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경기도 내 30여 개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경기도IT협회 협의회가 스마트단말기 보급 사업의 갑작스러운 계약 방식 변경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의 흐름은?


지난 7월 25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경기도IT협회 협의회가 규탄 집회를 열었다 / 제공=경기도IT협회 협의회

지난 2021년, 경기도교육청은 코로나 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학업 중단을 방지하고 온라인 수업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학교 스마트단말기 보급’ 사업에 착수했다. 해당 사업은 첫 해에만 1818억 원, 2022년에는 1429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올해에는 약 2878억 원을 들여 70만 대를 추가 보급한다. 하지만 21년과 22년에는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 방식으로 진행한 반면, 올해 사업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변경된 부분이 쟁점이다.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 경쟁이란, 공공기관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5개사 이상의 업체가 가격 및 품질 경쟁을 벌여 최적의 제품을 선정하는 제도다. 수요기관은 품질 기준을 준수한 여러 제조사 제품 중 선택할 수 있고, 가격 경쟁이 이뤄져 상대적으로 입찰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사업 2년 차인 2022년,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는 예산의 효율성 측면과 단말기의 사후 유지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말기 대당 가격을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상향하고, 유지보수 부분까지 고려해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변경하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다수공급자계약 방식은 물론 지역 여건이나 학교의 수요에 따라서 협상에 의한 계약도 가능하도록 공문을 보냈고, 대다수 사업이 다수공급자계약 방식으로 체결됐다.

그러자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는 올해 3월 20일 열린 제367회 임시회 제1차 교육기획위원회 회의에서 스마트단말기 보급사업 계획 추진에 경기도교육청이 주관이 되어 유지보수비를 포함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추진할 것을 요청했고, 지난 7월 20일 경기도교육청이 ‘2023년 학교 스마트기기 보급 및 하자보수 사업 계약’을 조달청에 제출함으로써 다중공급자 계약 방식이 폐기됐다.

중소기업 원천 배제는 물론,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


경기도IT협회 협의회는 계약 방식 변경에 대한 내용의 공개, 대기업 제품과의 공개 성능 시연회, 세금 관련 전문 협의체 구성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 제공=경기도IT협회 협의회

문제는 사업 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기존 다수공급계약자 조달업체인 중소기업과의 협의가 없었다는 부분이다. 게다가 협상에 의한 계약은 제조사나 공급사가 아닌 비슷한 규모의 사업 수주 경력을 가진 대기업 컨소시엄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거는 편이어서 중소기업의 참여가 원천 배제된다. 전교조 전북지부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전국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 17건 중 82%인 14건을 대기업 한 곳이 독식했으며 나머지 세 건 역시 대기업 한 곳이 나눠서 독점했다. 따라서 이번 사업 역시 특정 기업에 몰아주는 형태의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규탄 시위를 벌인 경기도IT협회 협의회 관계자는 “교육청의 에듀테크 교육 활성화의 취지에 공감하며, 함께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계약 방식을 선택한 심의위원회의 내용을 공개하고, 중소기업 제품의 기술력이 대기업과 대등함을 입증하기 위해 교육청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공개 시연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어떤 계약방식이 국민의 혈세를 절감하는 방안인지 전문가와 언론인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부임 이전에 진행된 건이어서 아는 바가 없다”라면서, 경기도IT 협회와의 협상 및 논의 의사에 대해서도 “제 선에서 답변드릴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약 방식이 품질과 직결되지 않는 만큼, 공론의 장 열어야


제367회 교육기획의원회 회의에서 경기도교육청 이강복 기획조정실장은 ‘계약 방식에 따라 제품의 품질 수준에 차이가 결정되는가’는 조성환 도의원(더불어민주당, 파주2)의 질문에 “계약 방식과 품질 수준이 직결되지는 않는다. 교육청의 지침은 태블릿 PC가 고사양일수록 활용도가 높다는 현장 협의체의 의견에 따라 70만 원 수준의 사양으로 올린 것이다. 계약 방식에 따라서 (제품의 품질 수준이 달라지는) 그런 직결성은 없다”라고 답한 바 있다.

조달 과정에 있어서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어떻게 계약을 맺는가가 아니라, 단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경기도교육청 역시 인지하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장은 물품, 용역 및 공사에 관한 조달 계약을 체결할 때에 중소기업자의 수주 기회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사업을 두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가 납득하고, 또 상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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