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첨가물이 염증 유발”… 초가공식품, 심혈관 질환-치매 위험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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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40세 이상 섭취군 10년간 추적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17% 증가, 전체 사망률 최대 30%까지 늘어
체내서 유해한 박테리아로 인식… 비건요리도 가공식품 비중 높아

중국 쑤저우대 연구팀은 가공된 정도가 높은 식품을 섭취한 사람들의 심혈관 발생 위험이 최대 1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유럽공중보건’ 10월호에 발표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중국 쑤저우대 연구팀은 가공된 정도가 높은 식품을 섭취한 사람들의 심혈관 발생 위험이 최대 1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유럽공중보건’ 10월호에 발표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식품첨가물을 다량 함유하고 가공처리가 이뤄진 초가공식품(UPF)을 자주 섭취하는 현대인의 식습관에 경종을 울리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장암은 물론이고 심혈관 질환, 치매 위험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가공식품은 설탕, 오일 및 버터와 같은 식재료부터 단백질과 섬유질이 적고 소금과 설탕 가공을 거친 식품까지 아우른다.

○ 10년간 추적 조사 결과 심혈관 질환 위험 높아

선위핑 중국 쑤저우대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국제학술지 ‘유럽공중보건’ 10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0세 이상 6만298명의 초가공식품 소비 양상과 심혈관 질환 등 원인별 사망률을 10년간 추적 조사했다. 초가공식품은 가공된 정도에 따라 4가지로 분류됐으며 각 식품을 주식으로 삼은 참여자별로 사망률을 살폈다. 분석 결과 가공된 정도가 높은 식품을 섭취한 그룹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17% 높았다. 뇌혈관 질환과 모든 원인의 사망률도 각각 최대 16%, 30% 증가했다.

통상 노년층보다 초가공식품을 더 많이 섭취하는 젊은층의 암 발병률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990년 이후 출생자가 1970년 이전 출생자에 비해 50세 이전에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간하는 암 통계 ‘글로보칸(Globocan)’을 참고해 44개국의 2002∼2012년 암 발생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다. 우가이 도모타카 미국 하버드대 부속 버밍엄여성병원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리뷰 임상종양학’에 6일 공개한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20세기 이후 변화된 식습관 등이 조기 암 발병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초가공식품이 질환 발생에 영향 미치는 원인 연구도 활발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리아라우라 보나치오 이탈리아 포칠리 지중해신경외과연구소 연구원 팀은 지난해 2월 의학 분야 학술논문 공개 사이트 ‘펍메드’에 초가공식품 비중이 높은 식단을 먹는 사람일수록 백혈구 수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탈리아 성인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연구와 관련해 세라 베리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원은 “초가공식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미료와 유화제 같은 식품 첨가물이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일으켜 염증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며 “과학자들은 인체가 초가공식품의 성분들을 유해한 박테리아처럼 인식하기 때문에 염증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양학자들은 초가공식품에 함유된 영양소가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팀 스펙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통상 식물과 동물 세포의 복잡한 구조를 파괴하는 현대 음식의 초가공 특성은 영양학적으로 ‘텅 빈 버섯’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채식(비건) 요리 또한 초가공식품 비중이 높다. 소피 메들린 영국식이요법협회 의장은 “원래 음식을 모방하려고 할수록 더 많은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채식주의가 포화지방을 줄이는 이점이 있지만 건강을 해치는 요인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초가공식품에 함유되는 첨가물의 양을 조절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리 연구원은 “사람들은 이미 초가공식품의 편리함과 가공된 맛에 너무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초가공식품#식품첨가물#염증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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