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국내 제약사, 글로벌 ‘빅파마’에 도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들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1991년에야 1호 신약 개발에 성공한 국내 제약 산업의 짧은 역사를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약 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1200조 원에 달한다. 400조 원 정도인 반도체산업의 3배다. 제약 관련 글로벌 시장은 2005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6% 이상의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 특히 남미, 중국, 동남아시아 등은 12% 이상씩 성장하며 세계 의약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본격화한 고령화는 제약 산업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2021년까지 글로벌 시장 규모가 17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얀센, UCB 같은 다국적 제약사에 비하면 여전히 뒤쳐져 있지만 국내 기업들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제약 전문기업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인 애브비와 면역항암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동물실험 전까지는 두 회사가 함께 개발하고 글로벌 임상, 허가 판매 등은 애브비가 담당한다. 또 과민성 방광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에 대해 유럽과 미국에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2007년 수퍼박테리아 항생제인 ‘테디졸리드’를 개발했다. 지금은 머크에 인수된 트리어스 테라퓨틱스에 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2015년 상반기 제품 판매 허가를 받아 같은 해 6월 판매를 시작했다.

동아에스티는 특히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관련 투자를 매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동아에스티의 R&D 비용은 총 7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나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2013년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동아제약 기업분할 후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와 창사 이래 최대인 총 5억2500만 달러 규모의 면역항암제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보령제약도 고혈압 치료 신약인 ‘카나브’를 2010년 국내 최초로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뛰어 들었다. 카나브는 2011년 출시돼 그해 연매출 100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 182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445억 원으로 급증했다. 카나브는 현재 중남미 13개국 중 멕시코, 에콰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파나마, 콜롬비아,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 벨리즈 등 10개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올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10개국과 카나브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제약 관련 글로벌 시장은 2005년이후 10년간 연평균 6% 이상 꾸준히 성장해 왔다. 국내 제약사들도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투자를 매년 확대해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제약 관련 글로벌 시장은 2005년이후 10년간 연평균 6% 이상 꾸준히 성장해 왔다. 국내 제약사들도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투자를 매년 확대해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경쟁도 활발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최종 판매허가를 받았다. 이번에 허가를 받은 온트루잔트는 스위스 로슈가 판매하는 암 항체 치료제인 허셉틴을 복제한 약이다. 허셉틴은 지난해 약 7조8000억 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해 전 세계 판매 8위를 차지한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9월 유럽의약품청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긍정 의견’을 받은 지 2개월 만에 판매 허가를 받아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 최초로 허셉틴의 복제약 판매허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제약사들보다 앞서 유럽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대웅제약은 주요 거점국가에 직접 진출하거나 해당 국가의 규제와 시장 상황, 특징을 고려해 각 국가에 맞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20년까지 해외에서 절반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글로벌 2020 비전’도 설정해두고 있다.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를 ‘바이오 메카’로 삼고 현지 바이오의약품 산업 자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2년 인도네시아 최초 바이오의약품 공장인 ‘대웅 인피온’에서는 지난해 12월 ‘에포디온’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첫 바이오의약품이다. 중국에서는 2006년 ‘대웅차이나’를 설립한 후 쓰촨성에 UDCA의 원료인 CDCA 전용 공장을 세웠다. 2013년에는 ‘요녕대웅제약’을 설립해 cGMP 내용액제 전용 공장을 건설했다. 올 4월에는 ‘메로페넴’으로 미국 진출 신호탄을 쏘기도 했다.

종근당은 연간 1000억 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유럽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에 대한 임상 1상을 시작했다. CKD-506은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을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치료제다. 류머티스 관절염, 염증성장질환 등 여러 증상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헌팅턴증후군 치료제 ‘CKD-504’는 미국에서 임상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헌팅턴 질환은 인구 10만 명당 3∼10명에게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CKD-504가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로 인지기능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헌팅턴 질환 치료제가 된다.

유한양행도 해외시장 개척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한양행은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다국적 제약사에 공급하는 CMO 사업에 특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다. 2016년 경기 화성시에 유한화학 제2공장을 완공하는 등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cGMP 시스템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선전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한 선입견 해소는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약 개발 역사가 짧다 보니 국내 의료시장에선 여전히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한 불신이 크다”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선 실제 임상 데이터 축적이 중요하다. 국내 국공립 병원에서 국내 신약을 처방전 목록에 의무적으로 등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R&D 지원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신약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전체 연구개발 비용 중 정부 투입 예산을 최소 20% 이상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국내 제약사#빅파마#얀센#ucb#카나브#바이오시밀러#집행위원회#동아쏘시오홀딩스#대웅제약#ckd-504#유한양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