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피 맛 들인 박쥐 등장?…전문가 “사람 피 흡혈 확인” 우려·경고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월 13일 15시 11분


코멘트
사진=동아일보DB(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동아일보DB(기사 내용과 무관)
야생 흡혈박쥐가 ‘인간의 피’에 맛을 들인 것 같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브라질 페르남부쿠 연합대학교 연구진은 야생의 털다리흡혈박쥐(hairy-legged vampire bat)가 인간의 피로 ‘식사’를 하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브라질 동북부 카침바우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털다리흡혈박쥐의 대변 샘플 70개를 분석한 결과, 3개의 샘플에서 인간의 DNA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엔리쿠 베르나르드는 “굉장히 놀라운 발견이다. 이 종(種)은 포유류의 혈액에 적응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털다리흡혈박쥐는 밤 시간대에 주로 조류의 피를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유류의 혈액은 조류의 혈액에 비해 걸쭉하고 단백질이 많아 이 종에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전 실험결과들에 따르면, 털다리흡혈박쥐는 돼지, 염소 등 포유동물의 혈액만 섭취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먹이를 섭취 못 해 굶어죽기도 했다.

그렇다면 털다리흡혈박쥐는 어떻게 인간의 피에 적응하기 시작한 걸까. 연구진은 ‘인간의 침략’에 의한 서식지 파괴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연구진이 샘플을 수집한 이 공원에는 현재 몇몇 가족이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림 파괴와 사냥 등으로 털다리흡혈박쥐가 주로 흡혈하던 대형 조류 큐라소조, 티나무 등이 사라졌다는 것.

연구진은 또한 이 지역 농장에서 흔히 키우는 닭의 혈액 성분이 대부분의 샘플에서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베르나르드는 “털다리흡혈박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털다리흡혈박쥐의 식성 변화에 연구진은 우려를 표했다. 흡혈박쥐에 의한 상처는 통증이 심하지 않고 손실된 혈액량도 미미하기 때문에 치명적이진 않지만, 인간에게 광견병 등의 전염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은 인근 주민들의 거주지를 방문하며 야생박쥐가 언제 어떻게 인간에게 접근해 흡혈을 하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연구진은 박쥐가 지붕의 구멍이나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물거나, 사람이 야외의 해먹 등에서 잠을 잘 때 흡혈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