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블랙아웃·언어 운동 수면장애… “술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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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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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성 정신장애, 남성이 여성보다 4배 많아
폭력형 알코올성 치매, 노인성 치매보다 심각


《요즘 주당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과음에 주의하라는 경고를 자주 받는다. 지난해 말에 마신 술로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았는데 설 연휴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를 전후해 친척이나 친구들과 만나면 지난해 말에 시작된 술자리가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과음을 하면 일시적인 신체장애는 물론이고 단기 기억 장애, 알코올성 치매와 같은 뇌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언어장애나 기억장애를 단순한 주사로 볼 수도 있지만 뇌 질환 초기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성 정신장애 환자는 2006년 6만1000명에서 2010년 7만5000명으로 20%가량 늘었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매년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소주 3잔이면 운동장애


소량의 술은 뇌 신경세포를 자극해 기쁨과 행복감을 준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등의 신경안정제 역할도 한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과음은 대뇌에 영향을 미쳐 기억장애를 비롯해 언어 운동 수면 장애와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알코올 혈중농도에 따른 신체 변화를 보면 0.05%(65∼70kg 남자 기준, 소주 3잔 정도)면 사고와 판단이 어려워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운동장애가 나타난다.

0.1%면 말투가 어눌해지는 등 언어장애도 나타난다. 국내에서 혈중 농도 0.1% 이상이면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 0.2% 이상이면 거의 만취 상태다. 0.3% 이상부터는 인사불성, 0.4∼0.5%는 혼수 상태, 0.5% 이상이면 호흡 및 심박동 중추의 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법적 중독 상태를 혈중 농도 0.1∼0.15%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건장한 남자가 소주 1병 정도 마신 수준이다.

○ 알코올로 인한 단기기억 손상

뇌 속에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가 있는데, 과음을 하면 이 부분이 손상된다. 소위 필름이 끊긴다는 ‘블랙아웃’ 현상 초기에는 뇌 구조에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장기간 음주를 한 사람이나 알코올 의존자의 뇌를 영상으로 찍어보면 해마 부분이 찌그러져 있다.

이럴 경우 장기 기억 능력은 살아있는 반면 단기 기억능력은 상대적으로 많은 손상을 입는다. 인사불성이 아닌 상태에선 음주 후 기억이 나지 않는 블랙아웃 현상이 나타나도 집은 무사히 찾아갈 수 있다. 단기 기억 능력은 손상됐지만 장기기억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음주를 한 사람인 경우 알코올 내성(耐性) 때문에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이 마셔도 취한 행동이 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겉으로는 술에 강해서 멀쩡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주당의 뇌는 일반인보다 더 많은 손상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다사랑중앙병원이 알코올의존증으로 입원한 환자 21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조사한 결과 50명이 음주 시 블랙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노인성 치매보다 심각한 알코올성 치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면 유두체, 시상 등 뇌 기관들이 괴사해 기억장애 증후군에 걸린다”고 말한다.

알코올로 인한 기억장애 증후군으로는 블랙아웃과 같은 알코올성 건망증, 베르니케 증후군, 코르사코프 증후군 등이 있다.

베르니케 증후군에 걸리면 과음으로 인한 급성 단기 기억장애로 안진(눈동자 떨림증), 보행장애, 혼탁한 의식 등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코르사코프 증후군에 걸리면 만성 과음으로 인해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의식장애도 있어서 현재 자신의 상황도 판단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 기억의 빈 공간을 거짓말로 꾸며내고 본인도 그렇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기억장애 증후군을 방치하면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장기적인 과음으로 기억을 관장하는 뇌 세포가 파괴돼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다. 알코올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10%를 차지한다. 알코올 치매 환자의 뇌를 단층 촬영하면 정상인에 비해 뇌의 부피가 작다. 뇌가 영양실조에 빠지면서 기억상실이 잦아진다.

○ 알코올 의존증 치료

다사랑중앙병원의 김석산 원장은 “알코올성 치매에 걸리면 폭력 성향이 드러나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어 노인성 치매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며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치매에 걸리기 전에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병원은 금주를 돕기 위해 귀의 신경을 자극해 술을 마시고자 하는 갈망을 줄여주거나 신체 기능 회복을 위해 단주침과 단주탕 등을 제공한다.

기억력 상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타민B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 비타민B는 뇌의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높이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며 뇌에서 에너지로 사용되는 포도당 흡수를 도와 뇌의 영양실조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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