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도 이겨낸 ‘대왕쥐’떼의 재공습

  • Array
  • 입력 2010년 8월 31일 13시 18분


코멘트
한국에서도 골칫거리가 된 외래 생물종 뉴트리아. 쥐와 비슷하게 생겨 설치류에 속하지만 다 자란 성체는 최대 몸길이가 60cm, 몸무게가 7kg 이상에 이르고 꼬리길이만도 40cm나 된다. 웬만한 고양이보다 몸집이 더 크다.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선 습지대를 갉아 먹는 뉴트리아의 개체수가 급증해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과학전문지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로 뉴트리아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며 다시 환경 파괴자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뉴트리아는 원래 남미가 서식지인 설치류로 모피를 얻기 위해 농장에서 대량으로 기른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가 농장에서 탈출하거나 방사돼 자연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선 지난해 6월 환경부가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로 지정한 바 있다. 국내 뉴트리아는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이 일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됐다. 부산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월부터 뉴트리아 한 마리당 3만원을 지급하는 포획 보상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루이지애나 주에서 카트리나 피해를 입은 직후인 2005~2006년 사냥 허가 시즌에 포획된 뉴트리아의 수가 16만8843마리로 줄었다. 그러나 2009~2010년 사냥 허가 시즌엔 그 수가 44만5963마리로 급증하며 다시 이 지역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붙잡힌 뉴트리아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개체수 자체가 급증한 것과 함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루이지애나 주는 뉴트리아 한 마리당 5달러를 지급하는 포획 보상금 제도를 시행중인데 이 지역 실업 인구가 늘면서 뉴트리아 포획을 돈벌이로 삼는 주민들이 늘어난 것이다.

루이지애나 주 뉴트리아 억제 프로그램 책임자인 에드먼드 무톤 씨는 "뉴트리아 포획 수가 지역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트리나 피해도 모자라 일자리까지 잃고 돈이 궁해진 주민들이 뉴트리아 포상금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

문제는 이처럼 포획이 늘어나도 좀처럼 줄지 않는 뉴트리아 떼들이 루이지애나 주 해안 습지대의 풀을 여전히 갉아 먹는다는데 있다. 무톤 씨는 "뉴트리아는 회복력이 강해 카트리나 같은 큰 재해에도 대응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해안 습지대는 내륙을 높은 파도로부터 막아주는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뉴트리아로 인해 풀이 사라지면 습지대 토양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바닷물에 침식되기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습지대가 점차 사라질 경우 카트리나 같은 허리케인이 다시 해안을 급습할 때 바닷물이 그대로 내륙까지 밀려와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또 최근 멕시코만 석유 유출 사고까지 겹치면서 해안의 침식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무톤 씨는 이 같은 루이지애나 주 해안 습지대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뉴트리아를 없애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에선 2002년 뉴트리아 포획 보상금 제도를 실시한 뒤 뉴트리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습지대 면적이 10분의 1 이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의 정도 역시 예전에 비해 완화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인터넷 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