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이성진 교수의 아이러브 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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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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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이상 50명 중 1명은 망막앞에 또 망막?

사물의 초점이 맺히는 망막에 또 다른 막(망막앞막)이 있다? 생소하게 들릴지 몰라도 50세 성인 50명 중 한 명꼴로, 75세엔 5명 중 한 명꼴로 망막앞막이 생겨 시력에 문제를 일으킨다. 흔하지만 안과 의사들도 놓칠 수 있는 질환이다.

140년 전 독일 의사 이바노프가 사물의 초점이 맺히는 망막의 중심부(황반부) 표면에 또 다른 막이 생기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 막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70년이 지난 1930년대부터다.

어떤 사람들에게 이렇게 막에 문제가 생길까? 외상이나 눈 속 염증으로도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노인들이어서 노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에 한동안 망막앞막은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세 명 중 한 명에게서 투명한 셀로판 막은 허옇게 두꺼워지고, 구겨지기 시작한다.

망막에 붙어 있던 이 막이 구겨지니까 망막에도 주름이 생기고, 황반색소도 사라진다. 망막 혈관들도 새로운 막이 있는 곳으로 팽팽히 당겨진다. 사물이 휘어져 보이며, 시력은 떨어진다.

1967∼1988년 이 막에 대한 보고서가 활발하게 쏟아졌다. 가장 유명한 이름을 꼽으라면 망막에 셀로판지가 붙어있다는 상상력을 가미한 ‘셀로판 황반병증’으로 명명한 미국 의사 모메니. 이후 ‘실크스크린 막’ ‘망막이 구겨지는 병’ ‘망막 앞의 섬유화’ ‘일차 황반주름’ ‘조용한 망막정맥 폐쇄’ 등 여러 가지 이름이 쏟아졌다.

결국 1983년에 미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름분쟁조정모임’이 소집됐다. 먼저 이름들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많은 이름이 별로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 병의 최종 이름을 망막앞막으로 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눈을 가린 사람들이 만져서 알아 낸 ‘코-끼-리’로 들린다. 그런데 이 코끼리는 진짜 코끼리였을까? 1983년의 ‘이름분쟁조정모임’에서는 이 코끼리도 진짜가 아닐 것이라고 한다. 물론 코끼리 다리가 코끼리의 것이긴 하지만 코끼리라고 하지 않듯이 그들이 규합하여 만든 ‘망막앞막’ 역시 코끼리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망막앞막’이란 망막에 흉터를 남기며 망막을 망가뜨리는 ‘증식유리체망막병증’―즉, 눈 속 젤리 물질(유리체)과 망막의 세포가 증식하여 생길 수 있는 모든 비정상적인 병적 상태―의 가장 가벼운 형태였던 것이다.

치료는 유리체를 제거한 후 망막앞막을 벗겨내고, 눈 속에 가스를 넣어주는 것. 그렇게 하면 서서히 망막의 주름이 펴지면서 황반이 나타나고, 시력이 호전된다. 빨리 수술할수록 결과는 좋지만 수술 합병증을 저울질해 보아야 한다.

침침한 눈은 백내장뿐만 아니라 망막검사를 통해 혹시라도 있을 ‘망막앞막’을 빨리 찾아보는 것이 좋다. 당시 20년 동안 눈 감고 여기저기를 만져서 완성했다고 생각한 코끼리는 어쩌면 코끼리의 꼬리 정도만을 잡은 해프닝과 같은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병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눈 감고 코끼리 만지기로부터 출발한 것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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