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男 36-女 32인치 넘으면 대사증후군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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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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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예방프로그램 만든 도쿄대 이정수 교수

《일본인의 90%는 ‘메타보’라는 질환을 알고 있다. ‘메타보’는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란 영어를 일본식으로 앞부분만 끊어 읽은 표현이다.
일본 TV에선 연예인들까지 자연스럽게 “너, (뱃살이 쪄서) 바지 단추가 터질 것 같은데 혹시 메타보 아니야”라는 농담을 던진다.
대사증후군이란 복부 비만을 비롯해 높은 혈압과 혈당, 중성지방 수치, 낮은 콜레스테롤 등 질환 유발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5, 6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대사증후군을 일본 국민들은 어떻게 잘 알고 있을까.》

당뇨 등 만성질환 일단 걸리면 돈 쏟아 부어도 큰 효과 없어
개인별 성격-지병-습관 파악 맞춤형 치료법 만들어 실천해야

이정수 도쿄대 의학계연구과 교수는 2005년부터 일본 정부의 대사증후군 예방 프로그램 평가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서울시 대사증후군 연구사업단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 박영대 기자
이정수 도쿄대 의학계연구과 교수는 2005년부터 일본 정부의 대사증후군 예방 프로그램 평가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서울시 대사증후군 연구사업단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 박영대 기자
일본의 대사증후군 예방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참여한 이정수 도쿄대 의학계연구과 교수는 “일본 정부가 대사증후군이 불러올 ‘의료비 재앙’에 대비해 2005년부터 관심을 갖고 다뤘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일본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한국식품영양과학회 주최로 열린 ‘대사증후군의 현황과 대책’ 심포지엄에서 강연했다. 그에게 왜 한국도 대사증후군에 주목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 30세 이상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사증후군’이란 말을 알고 있는 서울시민은 12.2%뿐이었다.

○ 대사증후군은 만성질환의 시초

대사증후군을 가장 쉽게 진단하는 방법은 허리둘레다. 남자는 36인치, 여자는 32인치가 넘으면 대사증후군일 확률이 크다. 대사증후군은 비만과 다르다. 뱃살이 있어도 대사증후군 환자가 아닐 수 있다. 반대로 겉으론 말랐지만 내장 지방이 두꺼운 사람은 대사증후군에 걸렸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복부비만이면서 혈압은 130∼85mmHg 이상, 혈당은 dL당 110mg 이상, 혈중 중성지방은 150mg 이상, 고밀도콜레스테롤 수치는 cm당 40mg 이하가 대사증후군의 기준이다. 이 중 3가지 이상 증상이 있으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일본정부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줄이려고 ‘건강일본21’이란 정책을 세워 많은 돈을 쏟아 부었지만 5년 뒤인 2005년 중간평가에서 별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은 걸린 뒤에는 관리해도 소용이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탄 것처럼 작은 증상에서 큰 질병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가려내 예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깨달음에 따라 국가가 만성질환을 ‘선제적으로 공격’하자는 ‘대사증후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2006년엔 모든 보험가입자는 대사증후군 검진을 받도록 법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 뱃살을 빼라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려면 평소보다 조금씩 덜 먹어 뱃살을 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 안에 지방이 많으면 인슐린 분비 시스템의 이상으로 당뇨가 생길 수 있고 다른 질환도 유발한다. 이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 ‘운동해라’ ‘적게 먹어라’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개개인에게 맞춤옷같이 딱 맞는 해결책을 주고,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등산이 좋은 운동이라고 해도 관절염이 심한 사람이 하면 관절에 무리만 줄 뿐이다. 단 음식과 디저트를 즐겨 먹는 사람에게 무조건 ‘단 것을 먹지 말라’고 강요해봤자 금방 실패한다. 담배와 술은 대사증후군 치료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술은 중성지방 수치를 올리고 담배는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불가피하게 식사시간이 늦어질 경우 우유나 물을 마셔 공복감을 해소해야 폭식이나 과식을 막을 수 있다. 운동량이 부족한 사무직은 하루에 30분 이상, 일주일에 2회는 운동을 해야 한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일수록 대사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뱃살을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다스려야 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려면▼

○ 남자는 허리 36인치, 여자는 32인치를 넘지않도록 한다.
○ 술은 체내 지방분해를 막기 때문에 적당히 마시도록 한다.
○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제때 다스리도록 한다.
○ 30분씩, 1주일에 두 번은 숨이 찰 정도로 운동을 한다.
○ 콜레스테롤 수치, 체중 등을 주기적으로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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