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병원에 ‘심장상태’ 전송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4분


국내 병원들 유비쿼터스 원격 서비스 속속 선보여

환자 심전도 자료 보고 실시간 점검·치료

집안에 의료기 설치… 재택 진료 서비스도

《‘65호 병실, 김○○ 환자, 산소포화도 낮음.’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서 갑상샘 절제 수술을 받고 일반병실에서 회복 중이던 김모(52) 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 상태에 빠졌다.

이 상황을 감지한 의료기기가 정확히 4.6초 뒤 긴급 상황을 알리는 위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담당 간호사의‘무선 인터넷전화(IP폰)’로 보냈다.

간호사가 즉각 병실에 도착해 빠르게 조치한 덕분에 김 씨는 귀중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처럼 첨단 정보기술(IT)이 의학과 만나 더 신속하고, 더 똑똑한 의료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국내 대형 병원마다 IT를 활용해 의료 사고를 줄이고 서비스를 향상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 24시간 환자 돌보는 ‘IT 간병인’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 ‘병원 모바일 통합커뮤니케이션(UC)’을 구축했다. 통신기능을 장착한 의료기기가 맥박과 산소포화도 등 입원 환자의 상태 변화를 의료진의 IP폰으로 즉각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내내 환자 상태를 점검할 수 있어 응급상황 조치 시간을 단축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최혜옥 간호사는 “환자가 어디가 불편한지까지 미리 알려주는 UC 시스템 덕분에 마음이 많이 놓인다”며 “예전 ‘삐삐(호출기)’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2005년 4월부터 벤처기업 유라클 및 포스코건설과 ‘U(유비쿼터스)-헬스케어서비스’ 협약을 맺고 재택진료 시범 사업에 한창이다.

집 안에 설치된 체성분분석기와 전자혈압계, 혈당측정계 등을 이용해 거주자가 직접 비만도나 혈압, 혈당 등을 측정하면 이를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에 있는 첨단 의료기기가 분석해 그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강상태에 맞는 건강식단이나 운동지침을 알려주는 것은 기본이고 병원 진료 예약이나 응급의료 상담도 가능하다.

유라클 측은 “올해 9월 서울 잠실의 213가구부터 시작해 내년 1월 인천 송도신도시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1603가구를 대상으로 U-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휴대전화로 진료받는 시스템 개발

멀리 있는 심장병 환자의 상태도 휴대전화 한 대로 실시간 점검 및 진료가 얼마든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와 IT기업인 모비컴은 지난달 심장병 환자에 대해 실시간 심전도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모더스 이시지1(Modus ECG1)’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모비컴 차주학 대표는 “심장병 환자가 언제 어디서든 의사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양방향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의심스러운 심장 증상이 나타날 경우 환자가 직접 가슴에 단자를 붙이고 이를 3세대(3G) 휴대전화에 연결한다. 휴대전화 서버를 통해 병원 모니터로 자동 전송되는 환자의 심전도 정보는 담당 의사의 분석을 거쳐 즉각 필요한 응급조치로 이어진다. 1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개발된 이 서비스는 올해 하반기(7∼12월)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 교수는 “모더스 시스템은 사실상 유비쿼터스 원격의료 시스템”이라며 “기기가 상용화되면 30만 원 이내로 집이나 직장에서도 병원에 준하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