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사, 금연교육 제대로 못받아” 77%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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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 세미나에서 미국 코네티컷 의대 심장내과 폴 톰슨 교수가 흡연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폐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이진한 기자
지난달 25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 세미나에서 미국 코네티컷 의대 심장내과 폴 톰슨 교수가 흡연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폐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이진한 기자
《금연은 철저히 개인의 절제에 의존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흡연을 ‘병’으로 인식해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할까. 지난달 24∼27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미국 심장학회 주최로 흡연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흡연 인구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미국 심장학회는 매년 전 세계 2만여 명의 의료진이 모여 흡연 문제 및 심장병 치료에 관한 최신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행사 때마다 세계 각국이 고민하는 흡연에 대한 해결책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금연 성공에 있어 의사의 역할과 효과적인 금연 방법’이었다. 학회에 참가한 의사들은 금연은 개인뿐 아니라 의사의 노력과 국가의 담배 억제 정책이 서로 맞물려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 일부 병원 “의사권고, 금연성공률 10배나 높여”

우선 이번 학회에서는 흡연과 금연에 대한 의사와 흡연자의 각기 다른 태도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2006년 8월부터 4개월간 15개국 25세 성인 흡연자 3760명을 조사한 서포트 조사와 지난해 5월 한 달간 전 세계 16개국 의사 28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흡연과 금연에 대한 태도 분석’ 결과인 스톱 조사가 그것.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서포트 조사에 따르면 의사가 금연 성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흡연자는 55%였지만 정작 의사와 상의한다는 사람은 31%였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격차가 더 커서 금연 성공에 의사 도움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3%, 상의하는 경우는 5%대로 매우 낮았다. 의사와 상의한다는 응답은 미국이 53%로 제일 높았고 유럽은 34%대였다.

한편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스톱 조사에서는 ‘환자들에게 금연 치료를 어떻게 시킬지 평소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고 한 응답이 38%(한국은 77%로 세계 최고)였으며 ‘금연 치료를 도와줄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한 의사들은 51%(한국은 67%로 최고)였다.

이에 비해 미국 캐나다 의사의 68%는 흡연자 진료 때마다 환자와 금연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금연에 있어 의사의 권고는 중요하다. 최근 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조사 결과 입원 중 의사의 금연 권고를 받은 환자들의 금연율이 25.7%, 그렇지 않은 경우(2.6%)에 비해 10배나 높았다.

학회에 참가한 의사들은 환자에게 의사가 3분 이내의 짧은 금연 권고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 “문의-평가-권고-도움-약속 5단계 치료를”

노르웨이 울레볼대 병원 예방 심장학 세레나 톤스타 교수는 이를 위해 5A(문의·Ask, 평가·Assesses, 권고·Advise, 도움·Assist, 약속·Arrange)를 제안했다.

먼저 환자에게 ‘담배를 피우십니까’로 시작해 ‘금연할 생각이 있습니까’ ‘금연하시기 바랍니다’로 문의·평가·권고의 과정을 거친 후 금연을 도와 줄 약물 요법과 행동요법을 알려 준 뒤 ‘금연하고 다시 만납시다’로 다음 방문 약속을 잡는 것이다.

톤스타 교수는 “이런 간단한 과정만으로도 금연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만약 금연할 생각이 없거나 망설이는 사람에겐 건강, 인생의 목표 달성, 가정의 행복 등에 흡연이 큰 방해물이 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부각시키면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금연 약인 신약 ‘챔픽스’가 선보이기도 했다. 챔픽스를 출시한 화이자 측은 “니코틴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도 금연 성공률을 60%까지 높여준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약의 성공률 3%에 비해 무려 20배나 높은 수치다.

○ 국내 클리닉수 늘리고 금연진료분위기 조성을

한편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서홍관 박사는 “국내에는 금연 클리닉 수가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금연 진료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며 “외국에서는 흡연을 하나의 질병 즉 니코틴 중독으로 생각하고 이를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대다수의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올리언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나라별 흡연 규제 내용
홍콩2007년 1월 1일부터 완전 금연 도시 표방. 입국자에 대해 면세 기준 3갑으로 담배 반입을 제한. 위반하면 과중한 벌금 부과
프랑스2월부터 학교 공장 사무실 등 공공장소에 17만5000여 명에 달하는 ‘흡연단속 경찰’ 배치
미국18세 이하 미성년자 동승하는 자동차 내 흡연 규제법 1월 26일부터 시행
영국7월부터 금연장소가 대폭 확대돼 선술집, 클럽까지 흡연 금지. 담배 가격의 70%가 담뱃세
독일공공건물과 식당, 병원, 학교, 대중교통시설에서 흡연 금지
벨기에담뱃갑에 흡연 폐해를 경고하는 문구뿐 아니라 시신과 종양, 잿빛의 썩은 치아 등의 이미지까지 포함시킴
호주담뱃갑에 병상에서 죽어 가는 여자, 튜브에 휘감겨 있는 신생아 사진, 발의 괴저와 구강암으로 썩은 입을 담은 공포 시리즈 인쇄
중국5년 내에 담배 광고를 금지하게 돼 있다
한국서울 금연의 사각지대인 버스 정류장에서의 흡연 규제를 상반기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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