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달러 백신, 수백만 생명에 ‘희망’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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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한 어린이가 먹는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10년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저개발국에서 백신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 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인도의 한 어린이가 먹는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10년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저개발국에서 백신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 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인도 동부 콜카타. 서벵골 주의 주도(州都)지만, 아직도 많은 어린이가 풍토병인 콜레라로 목숨을 잃는다. 지난해 7월 이곳에 과학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했다.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인도의 국립 콜레라 및 장감염연구소(NICED)와 함께 먹는 콜레라 백신의 임상시험에 착수한 것. 지금까지 7000명이 넘는 어린이가 접종 받았다.》

○백신 개발 저개발국에 보급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는 IVI는 전염병 백신을 연구개발하여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에 있는 20여 개의 저개발국에 보급하는 유일한 국제기구로 서울대에 본부를 두고 있다. 2000년 이래 40만 명이 IVI의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콜카타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간 먹는 콜레라 백신은 스웨덴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베트남 회사 비바이오텍이 생산한다. 1명이 2회 접종하는데 값은 1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IVI는 이 백신의 생산 기술을 인도와 인도네시아에도 이전하는 중이다.

‘저개발국 어린이를 위협하는 병’ 하면 보통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이나 말라리아, 결핵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존 클레먼스(사진) IVI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200만 명의 어린이가 안타깝게도 설사병으로 죽는다”고 말했다.

설사의 주요 원인은 콜레라, 로타바이러스감염증 등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병이다. 설사가 심해지면 온몸에서 수분이 급속도로 빠져나가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

○선진국 후진국 따라 약효 차이

백신이 개발됐다고 해서 바로 접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접종 지역의 인구와 위생시설, 건강 상태, 발병 빈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 접종 횟수나 보급량을 결정해야 한다. 저개발국에서 이런 조사를 하는 것도 IVI의 역할이다.

지난해 IVI가 인도네시아 발리 섬을 조사한 결과 연간 8.2명의 어린이가 일본뇌염에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클레먼스 사무총장은 “백신은 선진국과 저개발국에서 효능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며 “한국 어린이는 소아마비 백신을 3번만 맞으면 되지만 저개발국에서는 8번까지 접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저개발국 어린이의 장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많아 백신의 효능을 떨어뜨린다. 영양상태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몸속에 비타민이나 아연(Zn) 성분이 적으면 백신이 면역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도 백신의 작용을 방해하는 한 요인이다.

IVI는 최근 백신의 ‘집단면역’ 효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특정 지역 인구 중 일부만 백신을 접종 받아도 발병이 억제된다는 것. IVI는 1985년 방글라데시의 6423개 지역에서 12만4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먹는 콜레라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를 최근 다시 분석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접종자와 미접종자 모두 콜레라에 훨씬 적게 감염됐다. 백신이 콜레라균의 전파를 막기 때문에 미접종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다.

○한국 앞선 기술력으로 베풀 때

IVI 본부에서는 요즘 BSL3+급 첨단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BSL3+는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안전기준 3급을 능가하는 수준. 위험한 병원체를 다루는 연구시설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다. IVI 송만기 박사는 “올해 중반 완공되면 조류인플루엔자(AI)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최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백신도 동물실험을 마쳤다”고 귀띔했다.

IVI 권미나 박사팀은 이질 실험쥐 모델을 개발해 ‘면역학저널’ 15일자에 발표했다. 이질균은 사람을 주로 감염시키기 때문에 적절한 실험동물이 없어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

클레먼스 사무총장은 “한국 백신 연구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며 “이제 기술력을 저개발국에 베풀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빌앤드멀린다 게이츠재단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로 선임됐다. 노르웨이는 앞으로 15년간 8억9200만 달러, 네덜란드는 5년간 8700만 달러를 GAVI에 기부할 계획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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