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방사선]식물 종자 방사선 세례받고 새로 태어나다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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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을 쪼여 작게 만든 무궁화 ‘꼬마’(왼쪽 화분). 사진제공방사선연구원
방사선을 쪼여 작게 만든 무궁화 ‘꼬마’(왼쪽 화분). 사진제공방사선연구원
《원자력은 국내 전력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X선은 건강검진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항목이다. 이처럼 원자력이나 방사선을 이용한 기술은 이미 생활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러한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 그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이 코너를 격주로 진행한다.》

“중국 위성 ‘스젠(實踐)8호’에 실려 우주에 다녀온 종자예요.” 한국원자력연구소 방사선연구원 강시용 박사는 벼 콩 무 들깨 유채 난(蘭) 애기장대 담배 등 8가지 종자를 최근 중국 측에서 건네받았다. 9월 중순 2주간 우주 방사선을 흠뻑 쬔 종자들이다.

종자나 식물에 방사선을 쪼이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꽃색이 다르거나 병충해에 강한 새로운 식물이 탄생한다. 이런 방사선 육종법은 식물의 암수를 접붙이는 교배 육종법과 달리 간편하다.

강 박사팀은 최근 수입란에 방사선을 쪼여 잎 가장자리에 황금색 줄무늬가 선명한 돌연변이 신품종 ‘동이’를 만들고, 방사선을 이용해 키가 50cm 정도인 무궁화 ‘꼬마’를 개발하기도 했다. 동이는 특이한 줄무늬 덕분에 원품종보다 10배가량 비싸게 팔리고 있으며 꼬마는 실내에서 가꾸는 분재용으로 유망하다.

한국은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가입해 외국 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할 때 종자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올해 186개 품목의 로열티가 무려 700억 원. 2009년부터는 우리 종자가 아니면 모조리 로열티를 물어야 할 판이다.

이런 종자 전쟁에서 선진국에 무는 로열티를 줄이고 우리 품종을 개발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방사선 육종이다. 외국에서 도입한 품종이라도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새로운 품종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사선연구원은 염분에 강해 간척지에서 재배할 수 있는 ‘원해벼’, 재래종 서리태보다 수확 시기를 앞당기고 알을 작게 한 ‘조생서리’ 등을 방사선 육종으로 개발했다. 앞으로 비린내가 나지 않는 콩,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벼도 방사선 육종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강 박사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감마선은 쪼일 때 식물에 강한 에너지를 전달할 뿐이며 쪼인 뒤에는 식물에 전혀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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