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성인병, 바로 알자
소아과 의사들은 장 의원의 주장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질환별 통계를 따르다 보니 성인병이 아닌데도 성인병으로 잘못 해석했다는 것.
예컨대 어린이 심장병 환자가 많지만 대부분 성인병과는 무관한 선천성 질환이다. 또 어린이 뇌중풍 환자도 혈관이 막혀서 생겼다기보다는 ‘저산소증’이란 질환이 1차 원인이 된 허혈성 뇌손상이 훨씬 많다. 성인 당뇨병과 달리 어린이 당뇨병 환자는 대부분 췌장에 문제가 생겨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는 ‘1형’이다. 일종의 선천성 당뇨병이란 얘기다.
그러나 어린이성인병이 증가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많은 의사가 “이대로 방치하면 머지않아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장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질환은 2형 당뇨병이다. 서구식 식습관과 운동량 부족 등으로 10여 년 전부터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 결국은 비만이 문제
어린이 2형 당뇨병의 증가는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을 간이나 근육 등 각 조직에 보내서 쓰도록 하고 남은 양을 저장하는 호르몬. 그러나 살이 찌면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한 경우 포도당은 사용되지 않고 체내에 지방으로 축적된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비만 때문에 주로 발생한다. 비만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고, 다시 그 결과로 비만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이 와중에 청소년기 고혈압 등 성인병이 일찍 나타난다. 남자 아이는 여자처럼 가슴이 커지는 ‘여성형유방증’이, 여자 아이는 월경 불순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소아비만이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우선 70%가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 성인비만은 지방세포가 커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소아비만은 지방 세포 수가 늘어나 살이 찌는 원리다. 그래서 소아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연결되기 쉽고 나중에 살 빼기도 더 어렵다.
비만을 해소하려면 먼저 식사요법이 필요하다. 성장기이기 때문에 패스트푸드와 같은 고열량 저영양식보다는 열량은 낮지만 영양은 풍부한 음식을 먹여야 한다. 우리의 전통식단이 가장 좋다. 비만 증상이 있는 10∼14세 어린이의 경우 하루 1000∼1400Cal로 열량을 제한하는 게 좋다.
비만 해법은 명쾌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으면 아이 스스로 살을 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부모가 같이 놀아주는 것도 아주 좋다. 휴일에는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가거나 함께 운동하는 것은 어떨까.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소아과 백경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