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다 뇌에서 먼저 공포 장면 인식한다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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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떠는 사람 눈의 흰자위(왼쪽)를 순간적으로 보여줬을 때 실험 대상자(가운데)의 뇌를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다(오른쪽). 뇌 아랫부분의 편도체에서 반응이 활발히 일어난다. -사진제공 사이언스
공포에 떠는 사람 눈의 흰자위(왼쪽)를 순간적으로 보여줬을 때 실험 대상자(가운데)의 뇌를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다(오른쪽). 뇌 아랫부분의 편도체에서 반응이 활발히 일어난다. -사진제공 사이언스
눈이 알아채지 못하는 불완전한 공포장면을 뇌는 정확히 인식한다는 사실이 한국 과학자가 참여한 미국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미국 위스콘신대 심리학과 김학진 박사(34) 연구팀은 공포감에 사로잡힌 사람 눈의 흰자위만을 영상으로 만들어 0.03초 동안 21명에게 보여주자 뇌에서 공포상황을 인지하는 ‘편도체’가 활발히 반응한다는 점을 알아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17일자에 소개했다.

0.03초는 눈으로 대상을 미처 지각할 수 없는 짧은 시간이다.

그동안 공포에 떠는 사람 얼굴 전체를 짧은 시간 동안 보여주면 편도체가 반응한다는 점은 밝혀져 있었다.

다른 사람이 공포스러워 하는 얼굴을 보면 자신도 이에 따라 위기상황을 느끼게 되는 것.

하지만 흰자위로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박사는 “흰자위만을 보여줬을 때 편도체가 반응하는 것은 뇌가 뚜렷하지 않은 불완전한 자극에도 위기상황을 충분히 인지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교통사고나 건물 붕괴 등 끔찍한 사건을 겪은 후 평생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정신장애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김 박사는 “환자들의 편도체는 보통 사람들이 못 알아차리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자극이 편도체로 전달되는 경로를 파악하면 정신장애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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