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이용 '나노 칩' 기술 세계 첫 개발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23분


바이러스를 이용해 기존 반도체의 1000분의 1 크기 만한 ‘나노칩’을 만드는 기술을 재미 한국 유학생이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박사 과정 중인 이승욱씨(32)는 단백질과 황화아연 입자로 구성된 나노 크기의 반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미국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씨는 고려대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2000년 텍사스대로 유학을 갔다.

이씨가 개발한 나노칩은 단백질을 기판처럼 사용하고 그 위에 반도체의 기능을 할 수 있는 황화아연 입자들을 붙인 일종의 ‘생체 반도체’다. 이씨는 유전자를 조작한 연필 모양의 바이러스들을 둥그런 통나무 꾸러미처럼 배열한 뒤 바이러스 끝에 황화아연 입자들을 붙여 나노칩을 만들었다. 이 바이러스는 딱딱한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황화아연 입자의 크기는 머리카락 5만분의 1 굵기인 약 2∼3나노미터(㎚)로 작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기존 반도체보다 1000분의 1 크기의 나노칩을 만들 수 있다.

이씨는 “바이러스의 배열 모양을 바꾸면 반도체 위에 회로를 그리는 것처럼 원하는 모양의 회로를 가진 나노칩을 만들 수 있다”며 “기존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극미세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씨를 지도한 고려대 진정일 교수는 “이 연구는 최근 학회 등을 통해 세계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모아 왔다”며 “생명현상과 나노기술을 결합한 퓨전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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