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제3차 국제 과학관 회의’ 참관기

  • 입력 2002년 2월 24일 17시 11분


퀘스타콘 과학관의 자유낙하 경험 전시물
퀘스타콘 과학관의 자유낙하 경험 전시물
세계적으로 연간 1200개나 되는 과학관에는 약 2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지난 2월 11일부터 14일까지 호주 캔버라 국립컨벤션센터에서는 ‘새로운 세대를 격려하는 과학관’이란 주제로 제3차 국제과학관회의가 열렸다.

여기서는 과학관의 현황과 미래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세계 39개국에서 날아온 483명의 과학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겁게 펼쳐졌다. 이번 회의의 핵심 안건은 단연 과학관의 생명력이었다.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과학관의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라빌레뜨 과학관의 브리지뜨 꾸땅씨는 “전시물과 관람자들은 매우 짧은 순간 마주친다. 그러므로 아무리 훌륭한 전시물이라도 관람자의 호기심은 자극할 수 있지만 그것을 완결시키기는 어렵다”라면서 방문자들의 경험을 의미 있는 감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전시물과 관련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레딩대학 길버트 교수는 “재미있는 전시물이 최고는 아니다”며 과학관에서의 전시물과 방문자 사이에 이뤄지는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익스플로러토리움의 도허티 박사도 “교사들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나도 교사들이 전시물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배울 수 있다”며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쌍방향의 효과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밖에 최근에는 뉴스 속의 과학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프로그램, 건강을 주제로 다루는 프로그램 등 학생뿐 아니라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브리지뜨 꾸땅씨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과학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과학관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관이 지역사회에서만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 국제과학관회의에서 나타난 중요한 흐름이었다. 호주의 퀘스타콘은 살아있는 공룡, 스포츠의 세계, 놀라운 수학, 바닷 속 보물과 같은 주제로 패키지 전시물을 제작해 호주의 각 도시를 순회하며 전시회를 열고 외국에서의 기획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사실 퀘스타콘 뿐만 아니라 런던의 자연사박물관,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플로러토리움, 핀란드의 유레카 등도 자신들의 전시물과 프로그램을 다른 나라의 대중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국제과학관 네트워크를 통해 점차 전시물의 상호교환은 물론 아이디어와 인적교류까지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의장인 기사베티 박사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진보된 과학관의 모습을 만들자는 제안에 참석자들이 모두 동의의 박수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올해 서울에 착공할 국립과학관 건설을 앞두고 한국의 과학관에서는 국제과학관회의에 한 사람도 참가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캔버라(호주)〓장경애기자 kajang@donga.com

호주의 과학관인 퀘스타콘의 순회전시팀. 트레일러에 체험전시물을 갖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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