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보화／전문가 총평］『공무원 의지에 달렸다』

▼유평준교수(연세대 행정학)〓각 부처의 정보화 수준 차이는 부처의 크기나 업무 특성뿐만 아니라 소속 공무원들의 정보화 수용 정도가 큰 요인임을 새삼스레 확인했다. 일부 부처는 훌륭한 그룹웨어의 활용 또는 개성 있는 홈페이지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렇지만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서는 정보화와 더불어 ‘일하는 방식’의 개혁이 필수적인데 아직도 전자결재나 전자우편에 소극적이었다. 민원을 접수할 때는 컴퓨터로 하지만 받은 민원을 내부에서 처리할 때는 손으로 하는 웃지못할 장면도 보였다. 대학이나 기업에 비해 ‘컴맹’에 가까운 관리자가 많다는 점도 문제였다.

▼유황빈교수(광운대)〓각부처의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PC를 살 때 무상으로 딸려오는 ‘번들’용이었고 어떤 부처는 소프트웨어 구입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반 기업이나 대학과는 달리 워드프로세서를 제외한 다른 소프트웨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정보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전자결재도 고위층의 마인드 부재로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컸다.

▼강홍렬박사(정보통신정책연구원)〓중앙 행정부처의 정보화에 대한 인식은 작게는 행정부문 전체에, 크게는 국가 전체의 정보화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평가 결과 행정부처의 정보화 수준은 예상대로 부진했다. 컴퓨터가 타자기 수준으로 쓰이고 정보통신망을 통한 외부 정보검색이나 내부 지식공유에 소홀했다.

앞으로 공무원 개개인의 마인드 전환과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지식을 공유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전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제도적으로도 내부의 지식이 조직내에 최대한 확산되도록 개선, 정비될 필요가 있다.

▼강세호이사(삼성SDS)〓최근 정부는 ‘민간기업 이상의 생산성 제고와 행정의 투명성 확보, 국민 지향적 행정 실현’이라는 목표로 행정 정보화 사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번 평가를 통해 나타난 행정 정보화 수준은 민간 기업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정보화의 시작 단계인 ‘정보 인프라 구축’에만 머물러 아직 이를 활용해 행정능률을 향상시키려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문용식부장(나우콤)〓정부부처 홈페이지를 평가하면서 미국 연방정부 홈페이지와 비교작업을 벌였다. 미국에서 개발한 ‘미국 웹사이트 평가기준’을 우리 정부 홈페이지에 적용해 보았더니 평가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나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우리 정부에는 아직까지 새로운 미디어로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에 대한 기본정책과 철학이 부재했다.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공개와 대민 서비스가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운영자 개인의 성실성에 좌우되는 형편이었다. 전반적으로 제공되는 정보가 빈약할 뿐만 아니라 부처에 따라 들쭉날쭉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하기춘본부장(마이다스동아일보)〓정부부처의 인터넷 활용은 극히 미진했다. 보안 문제 때문에 인터넷 ID 보급에 한계가 있다지만 적극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부분 부처를 보면 E메일 ID가 실제 사용자인 실무 직원이 아닌 상급자 중심으로 보급돼 있어 전시 행정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직원 개개인의 노력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 활용 정도에 따라 포상을 하거나 부처내 정보검색대회를 열어 인터넷을 활성화시키는 건 어떨까.

〈정리〓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