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갑본좌’ 김갑수가 사는법 김갑수] 김갑수 “난 못말리는 팔랑귀 PD가 꾀면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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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5일 07시 00분


■ ‘갑본좌’ 김갑수의 전성시대

TV만 틀면 나온다고?

이정도면 김갑수의 전성시대라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출연하는 드라마들이 연속 히트하며 그는 드라마의 흥행을 위한 ‘필수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시청률 40%를 넘본 드라마 ‘추노’와 ‘신데렐라 맨’에는 김갑수가 있었다. ‘제중원’과 ‘거상 김만덕’을 통해 시대극과 사극도 넘나들었다. 맡은 역할마다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작품 수도 많아 “채널만 돌리면 김갑수가 나온다”는 말이 들릴 정도. 하반기에도 그의 다작 릴레이는 계속된다. 30일부터 방송하는 KBS 2TV ‘성균관스캔들’을 시작으로 SBS 대작 ‘포세이돈’에도 출연한다. 이외에 MBC 특집극과 영화도 출연할 예정이다. 이처럼 왕성한 활동 덕분에 그는 한류스타들도 갖기 어려운 ‘갑본좌’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김갑수의 인기는 온라인에서 더 뜨겁다. 그의 트위터는 누리꾼이 잊지 않고 찾는 ‘성지’로 통한다. 트위터에 남긴 한 줄 글에 보이는 재치와 유머감각은 연일 화제다. 그래서 김갑수를 만났다. 개성파 중년 연기자로 생각했던 그는 알고 보니 스피드를 즐기는 바이크 마니아였고 남몰래 장애인 예술운동도 돕고 있었다. 12년 동안 홀로 연극단까지 꾸려왔다. 우리는 김갑수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 후배들에게 한마디…
경험이 곧 스승…내 방식 강요안해

● 젊게 산다던데…
트위터 해봐…정말 재미있다니까!

● 도전하고픈 분야는…
예능프로 진행자 잘할 자신 있어!


김갑수와 마주 앉은 곳은 그가 서울 대학로에서 운영하는 극단 ‘배우세상’의 소극장이었다. 채 100석이 되지 않은 작은 극장에 책상을 놓고 생활하는 김갑수는 “대학로에 나오면 저절로 젊은 감각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인터뷰를 위해 극단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그의 트위터에 접속했다. 불과 2분 전 김갑수는 “인터뷰 하러 대학로에 가고 있다”며 “아무래도 연극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다”고 썼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는 연극 얘기만 하기에는 대화 소재가 넘쳐났다. 드라마로 시작해 연극, 가족을 거쳐 바이크 마니아로 사는 일상까지 이어졌다. 예상과 달리 그는 연극 보다 바이크를 말할 때 좀 더 흥분했다. 김갑수가 사는 세상은 가볍지 않아 보였지만 그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만은 경쾌해 보였다. 더 이루고픈 욕심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까지 꿈꾸고 있다.

- 하반기에도 2∼3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는데 왜 이렇게 많이 출연하나.

“잘 아는 감독이 부탁하면 거절을 못한다, 하하. 간혹 ‘전부터 꼭 같이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PD가 있는데 홀라당 넘어간다. 귀가 얇다고 할까. 그렇다고 주는 대로 다 하지는 않는다. 조건이 있다. 인간미 있고 타당성이 있어야 허락한다. 악역도 밉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

- 극단 운영 때문에 다작을 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래서 김갑수를 더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는 연출자들도 많고.

“연극을 하고 있어 돈을 벌어야 하는 것도 맞다. 굳이 어렵다고 말하지 않아도 연극이 힘든 건 다 알지 않나. 돈도 안 생기고 힘든 일이다. 연극을 하겠다는 후배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 용기에는 박수를 보낸다. 내가 연극하려는 후배들을 먹여 살릴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이 설 수 있게 무대를 만들어 줄 수는 있다.”

-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딸로 나온 문근영이 연극 도전에 용기를 준 사람이 “김갑수 아버지”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아! 근영이 말은 들었다. 일부러 연극을 추천하지는 않았다. 드라마 촬영을 기다리며 얘기할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연극을 해보는 게 좋을 거라고 말한 게 전부다. 그걸 흘려듣지 않은 모양이다. 좋은 도전이다. 하지만 내 욕심 같아선 연극한다고 알리지 않고 조용히 했으면 어땠을까. 스타가 연극하는 게 알려지면 여기저기서 인터뷰하자, 만나자고 해서 집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 후배들에게 연기 조언을 해주기도 하나. 아니면 일침을 가하는 무서운 선생님?

“난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인생을 더 살았다는 의식도 하지 않는다. 인생의 조언자가 되어 줄 수는 있는데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는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왜? 내가 살아온 방식이 다 옳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늘 오묘해서 연기를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 촬영장에서도 아이들에게 이러쿵저러쿵 얘기하지 않는다.”

- 연기를 너무 못해 선배들 속을 태우는 후배가 있어도 참을 수 있을까.

“음…. 그 사람도 그 연기 하려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연기했다면 아무리 말해도 못 알아듣겠지. 경험으로 깨달아야 한다. 연기란 인간을 가르치는 것이기에 함부로 연기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 배우는 사람의 정서에 영향을 끼치는 직업인데 잘못 가르치면 큰 일 난다. 하하.”

TV에서 본 딱딱한 모습과 달리 김갑수는 실제로는 웃음이 많았다. 만나는 누구와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성격은 연극과 극단 대표라는 직함이 풍기는 이미지와도 반대다. 김갑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덜어내면 연기와 극단 운영, 실생활에서도 유연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 1년에 드라마를 5∼6편이나 하면서도 지난 해까지 매년 연극 무대에 올랐다. 욕심? 아니면 집념?

“올해는 드라마를 너무 많이 해서 아직 연극을 못했다. 스케줄이 도저히…. 보통 1년에 2편 정도한다. 주로 조역이다. 내가 극단 대표라고 주인공 할 수는 없지 않나. 얼마나 민망할까. 극단에 소속된 배우가 20명 정도인데 기회를 많이 주는 쪽이다.”

- 젊은 배우들 덕분에 최신 유행도 쉽게 받아들이겠다.

“맞다. 가끔 미니홈페이지에 사진 올리는 걸 부탁하기도 한다. 대학생 딸 덕분에 정보도 쉽게 얻는다. 스마트폰이 새로 나오면 기종까지 금방 안다. 트위터나 미니홈페이지도 내 나이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젊은이나 나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무심하게 지나치기엔 재미있는 게 너무 많지 않나?”

- 가족 이야기는 자주 하지 않는데, 어떤 아빠이고 어떤 남편인가.

“대학생인 외동딸이 있다. 딸한텐 언제나 열려있는데 유치원 때부터인 것 같다.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있다. 아빠이지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주관적인 틀에 아이들이 갇힐 수 있다. 내가 아는 것과 다른 반대편도 있을 테니까.”

김갑수는 아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아내는 극단 배우세상의 살림을 도맡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 우연히 극단 사무실에서 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작은 사무실 안에 김갑수와 아내의 책상은 마주보고 있었다. 아내가 “홍삼이며 보약을 챙겨줘도 잘 먹지 않는다”고 하자 김갑수는 “남들 다 먹는 비타민 한 알은 먹는다”며 웃었다.

- ‘갑본좌’, ‘전성시대’란 말까지 듣는다. 그래도 더 욕심나는 게 있나?

“조금만 바쁘게 지내면 늘 ‘제2의 전성기’라고 하더라. 벌써 몇 년 전부터 그렇다. 나는 계속 ‘제2의 전성기’인가. 하하. 갑본좌도 그렇고. 진짜 욕심이 나는 건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다. 정말 잘 할 수 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도 탐난다. 둘 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분야라서 더 매력적이다.”

● 김갑수는 누구?

1957년 서울에서 출생. 1977년 극단 현대극장 1기 출신으로 연기 시작. 1988년 영희연극상 등 숱한 연극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음.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태백산맥’(1994년)에서는 염상구 역으로 청룡영화제 조연상과 춘사영화제 신인연기상 수상하며 이름을 알림. 이후 영화 ‘지독한 사랑’ ‘장화홍련’을 비롯한 2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 ‘무인시대’ ‘해신’ ‘연애시대’에 이어 최근에는 ‘아이리스’ ‘추노’ ‘신데렐라 언니’ 등 30여 편의 인기 드라마 출연. ‘김갑수 연기교실’의 대표로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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