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문화 쟁점]<5·끝>출판계

  • 입력 2008년 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슈

거대 해외자본 국내유입 초읽기

■해법

‘내실’ 다져 경쟁력 확보… 콘텐츠 수출 기회로

2008년 출판계는 ‘해외 자본 유입에 따른 시장의 재편’과 출판정책을 이끌 ‘통합기구 마련’이 연초부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판 시장이 다각화되면서 대기업 등 다른 분야의 진출은 자연스러운 일.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맞물리며 해외 거대 출판자본의 국내 유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게다가 관련 법안이 완화되며 대학 등 ‘학교 기업’의 진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각은 엇갈린다. “시장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작용을 할 것”(장은수 민음사 대표)이라는 의견과 “불안정한 시장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민관통합기구인 ‘출판진흥위원회’(가칭) 설립이 필요하다는 게 다수의 의견. 그러나 제도 도입 방식마저 견해차가 상당해 순탄치가 않다.

○ 日슈에이샤-신초샤 진출 모색

올해는 특히 일본의 거대 출판자본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고단샤(講談社) 쇼가쿠칸(小學館)과 함께 일본의 ‘빅3’ 출판기업으로 꼽히는 슈에이샤(集英社)가 대표적인 경우. 국내 출판사와의 연계와 지사 설립을 통한 직접 진출 방식을 놓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문학 분야가 강세인 신초샤(新潮社)의 지주회사인 ‘피코’, 일본 최대 출판 유통 도매상인 ‘닛판(日販)’도 중국에 이어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또 FTA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미국 대형 출판사의 자본 유입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구 중앙북스 총편집인은 “다른 산업분야가 외자 유치를 통해 성장 기틀을 마련하듯 열악한 국내 출판 환경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외부적으로 국내 출판 콘텐츠가 해외로 나가는 길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한 소장은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시장논리를 앞세운 거대 자본은 출판 환경에 상당한 위험요소”라고 말했다.

국내 학교기업 자본의 유입도 주목된다. 지난해 입법 예고된 ‘학교기업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령’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기 때문. 대학 등 교육기관 등이 수익 창출에 나설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학교 밖에서 학교기업을 설립할 수도 있고 금지 업종도 대폭 줄었다. 위즈덤하우스의 신민식 이사는 “옥스퍼드대나 하버드대처럼 학교기업이 출판과 ‘동거’ 형식의 비즈니스 제휴로 세계를 누빌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성봉 한국출판인회 대외협력위원장은 “기존에 진출한 교육방송이나 방송대학 등은 이익 추구에 급급했을 뿐 출판 환경을 키우는 투자에는 인색했다”며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 출판인의 숙원 출판진흥위원회 만들어져야

출판인들은 거대 자본 유입에 대한 대처는 물론 도서정가제 인터넷납본제 등 기존 현안 해결을 위해서라도 통일된 출판정책을 추진할 기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출판인들의 숙원”(장 대표)인 출판진흥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올해 들어 위원회 설립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규제 중심의 출판정책에서 진흥과 육성으로 과감히 전환하기 위해 출판진흥위원회 설립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문화관광부도 ‘출판 지식산업 육성방안’을 토대로 위원회 구성을 논의 중이다.

문제는 설립 방법. 기존 문화부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존재 때문이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측은 통합 쪽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 하지만 출판계에선 별도의 독립기구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는 “간행물윤리위원회와 진흥위원회의 역할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라며 “민관 합동의 새로운 기구 설치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연구소의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단순한 통합으로는 기존 출판계의 불만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며 “현실적 재정적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일단 해체한 뒤 자연스레 흡수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동호(25·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