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신뢰경영]1부<11>발주-협력업체 서로 도와야 산다

  • 입력 2003년 2월 10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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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과거 수십년간 협력업체에 어음 대신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에도 윤활유 캔, 휘발유 첨가제, 화학제품 첨가제, 공장 기자재 등을 1700여개 업체로부터 납품받고 있지만 ‘납품 후 결제 신청시 14일 이내 현금 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매년 국내 대기업 500∼6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이 1차 원청업체로서 1차 협력업체에 어음으로 결제하는 비중은 1998년 73.9%에서 지난해 41.6%로 낮아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기업구매전용카드’ 등 어음을 대체하는 ‘구매자 금융제도’가 도입되면서 어음 사용은 크게 줄고 있다.

중기청은 “하도급 업체의 가장 큰 불만이 어음 관행”이라며 “협력업체와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어음 관행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재물 목록▼

- <10>비전-수익을 직원들과 나눠라
- <9>고객의 불평에 귀 귀울여라
- <8>'리스크관리'로 재무부실 미리 막아라
- <7>협력업체와도 공정하게 주고 받아라
- <6> '정경유착'벗고 당당하게 홀로 서라
- <5>법인세, 번만큼 내라
- <4>엄격한 외부 감사로 회계 투명성 ↑
- <3>기업지배구조 개혁 지주회사가 첫단추
- <2>이사회 ‘독립’ 아직은 ‘먼길’
- <1>소액주주 믿음이 기업성장 밑거름

더 주목할 만한 변화는 협력업체에 대한 각종 기술 지원 등의 움직임. 글로벌 경쟁시대에 발주업체와 협력업체가 ‘윈-윈’의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동 기술개발과 인력개발 등 발전적인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아직은 미약하다. 중기청이 지난해 30대 그룹 계열 16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6개 업체(16.3%)만이 공동기술 개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 김성용(金成龍) 연구사는 “삼성전자는 2001년 한해 동안 25개 협력업체와 30건의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730여개 업체 5600여명의 직원에 대한 인력개발 지도를 했다”며 “그러나 이런 활동을 하는 업체는 LG 현대자동차 SK 등 일부 기업들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품 업체와 부품 협력업체간 업무적 공간적 네트워크를 더 긴밀히 함으로써 체계적으로 서로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방법이 ‘산업 집적지(클러스터)’. 정부가 2006년까지 울산과 전북 군산시에 조성할 예정인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부품업체들은 물류 정보교류 비용을 내리고 완성차 업체도 한 장소에서 모듈(일정 기능에 따른 부품 모음) 형태로 부품을 구입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종뿐만 아니라 여러 단계의 하도급을 거치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클러스터가 유용한데도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홍덕표(洪德杓) 선임연구위원은 “비용절감만을 위해 하도급을 주던 개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핵심 기능을 뺀 상당 업무를 협력업체에 아웃소싱해 업무를 분담, ‘협력업체=파트너’의 시대가 됐기 때문에 협력업체의 성장과 경쟁력 없이는 발주기업도 클 수 없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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