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메이크업]"화장은 감추는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 입력 2002년 9월 5일 16시 21분


한일 여성의 최근 메이크업 트렌즈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우에무라 회장(왼쪽)과 정샘물씨.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한일 여성의 최근 메이크업 트렌즈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우에무라 회장(왼쪽)과 정샘물씨.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美의 대담

: 화장품 '슈에무라'의 우에무라 회장 vs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씨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의 창립자 우에무라 슈 회장(74)은 일본 최초의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엘리트 교육으로 유명한 일본 도쿄의 세이조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학창 시절 내내 결핵을 앓아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미용에 도전했다.

1955년 도쿄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지부에서 메이크업 어시스턴트로 출발해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다. 파라마운트사의 영화 ‘나의 게이샤(My Geisha)’에서 여배우 셜리 매클레인 등의 분장을 맡았다. 67년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슈에무라는 현재 전 세계 매장수 200개를 헤아리는 국제적 브랜드로 성장했다.

고희(古稀)를 넘긴 현재까지 직접 메이크업쇼에 나서는 우에무라 회장은 최근 오렌지색 건성피부용 클렌징 오일 ‘하이 퍼포먼스 밸런싱 클렌징 오일 인리치트’의 국내 발매에 맞춰 내한했다. 같은 길을 걷는 후배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원장(32)이 29일 우에무라 회장을 만나 ‘최근의 아름다운 화장법’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는 ‘최근 몇 년간 메이크업 트렌드가 어디서 만들어졌는가’에서 출발했다.

● 화장은 '캐모플라쥐'가 아니라 '디스커버리'

“오랜 세월 프랑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자궁’ 으로 간주돼 왔습니다. 물론 여전히 프랑스는 감성적인 큰 주제를 설정하는데 강합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도 기술력을 앞세운 브랜드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프랑스와 미국이 서로를 견제하고 벤치마킹하는 형국입니다.”(우에무라)

“한국인을 포함해 동양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섬세한 테크닉에 있어 서양인을 훨씬 능가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창의성은 좀 더 배양해야겠지요.”(정)

“맞습니다. 최근에는 서구 코스메틱 브랜드들이 동양을 가장 매력적인 개척지대로 삼고 있습니다. 동양인에 맞는 제품을 따로 개발하고 각국의 화장품 회사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요. 프랑스계 코스메틱 그룹 ‘로레알’이 2000년 ‘슈에무라’와 손을 잡은 것도 이같은 취지죠. ”(우에무라)

두 사람의 대화는 현재 가장 트렌디한 메이크업이 무엇인가로 옮겨갔다.

“‘보보스’라는 화두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 어떤 유행이 오더라도 큰 줄기는 ‘스스로에 대한 발견’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유행을 좇기보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화장을 찾는 것 자체가 트렌드인 것 같습니다.”(정)

“화장은 단점을 ‘캐모플라쥐(숨기는 것)’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디스커버리(발견)’하는 단계라는 인식이 더 확산될 거예요.”(우에무라)

● 일본은 마스카라, 한국은 스킨케어

“최근 한국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최대 관심은 피부인 것 같습니다. 골목마다 난립한 크고 작은 피부관리실을 보면 당황스러운 생각이 들 정도죠.”(정)

“피부가 가장 큰 관심이라는 것 자체는 아주 바람직한 일입니다. 제게 최대의 칭찬은 ‘당신의 클렌징 오일을 쓴다’는 말입니다. 할리우드 촬영소에서 일하면서 1960년에 개발한 제품인데 특수 메이크업을 지우느라 석유를 사용하던 배우들의 손상된 피부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저는 클렌징처럼 피부 자체를 돌보는 일이 과다한 화장을 하느라 신경을 쏟는 것보다 훨씬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는 ‘펄’이 들어간 제품들과 마스카라입니다. 하하.”(우에무라)

“한국 여성들은 ‘저 여자, 화장 잘했네’라고 생각하면서도 똑같이 따라하는 대신 자신에게 맞게 변형해서 개성있는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몇 해 전만해도 ‘여배우 ○○○이 쓰는 립스틱’이라면 품절될 정도로 유행에 집착하곤 했는데 지금은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정)

“아직 대부분의 일본 여성들은 자신의 개성을 찾는 데 소극적이고 집단적인 유행 패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행을 따르든 그렇지 않든간에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미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워지고 싶다면 항상 무언가 노력해야죠. 한국 여성들은 참 잘 하시죠? ”(우에무라)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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