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학부모들 명문대 진학에만 집착"

  • 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42분


외교관들은 3, 4년마다 이 나라 저 나라를 옮겨다니는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대부분 자녀의 교육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 대사관 직원들은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을까.

이들은 자녀가 본국에 있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열악한 교육을 받을 것을 우려해 대부분이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보내고 있다.

2년 전 한국에 부임한 독일 대사관의 A외교관은 13세와 9세된 아들과 딸을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독일 학교에 보낸다. 이곳에서는 독일 학교의 정규 교과과정과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자녀를 독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고 아이들도 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외국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 생활이 3년반째인 영국 대사관의 B외교관의 10세인 아들도 서울에 있는 영국 학교에 다닌다. 수업은 영어로만 이뤄지지만 학생들은 세계 곳곳에서 모였기 때문에 아들이 이들과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그는 “이같은 교육을 통해 아들이 자라서 다른 환경에 더 빨리 적응하고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과는 달리 3년 전 부임한 미국 대사관의 C외교관은 14세인 중학생 아들을 프랑스 정부가 설립한 프랑스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 모국어인 영어 외에 수업시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들 주한외교관 역시 자녀가 몸도 건강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며 공부 또한 잘 하기를 바라는 것은 한국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의 교육 환경에는 불만을 토로했다.

한 외교관은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오토바이와 절대 양보하지 않는 운전자들의 습성 등 위험한 교통체계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가 겁난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외교관은 “서울에는 아이들이 방과후 뛰어 놀거나 각종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에는 찬사를 보내지만 교육 방법에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외교관도 많다. 이들은 분석력과 문제 해결력 함양이라는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명문대 진학에만 집착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는다.

독일 대사관의 A씨는 “독일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해 방과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든다”며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경학·홍성철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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