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한 드라마 두 스타 출연땐 서로 "내가 주인공"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42분


요즘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면 MBC 와 SBS의 드라마 경쟁이 치열하다.

바로 <호텔리어>와 <아름다운 날들>이라는 두 미니시리즈의 정면 대결이 펼쳐지는데 시청률에 있어서도 두 드라마는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호텔리어>는 김승우, 배용준, 송윤아, 송혜교 등이, <아름다운 날들>은 이병헌, 류시원, 최지우, 이정현 등이 출연해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스타들이 많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경우 연출자는 기획단계에서 캐스팅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자존심 강한 스타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주인공감’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주연이 아닌 조연에 출연하기를 꺼린다.이 때문에 연출자들은 조연에 스타를 출연시키기가 주연급 캐스팅보다 더 어렵다고 고개를 젓는다.

출연하는 배우들끼리 알아서 양보를 하면 가장 좋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한 예로 지난해 방영됐던 MBC 미니시리즈 <비밀>에서 김민종이 맡았던 의류회사 실장 역은 원래는 류시원이 탐냈던 역할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력으로 보나 연배로 보나 류시원이 김민종보다 후배였기에 흔쾌히 양보했다는 후문이다. 다행히 류시원과 김민종은 워낙 친한 사이어서 같이 출연하는데 의의를 두기로 해 배역을 놓고는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없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날들>에서도 이병헌이 맡은 레코드 회사 실장 역할을 류시원이 탐냈을 터인데

이번에도 이병헌이 류시원보다 뭘로 보나 선배이기에 이번 역시 말없이 양보했다고 한다. 늘 착한 부잣집 아들 역할에 권태감을 느꼈을 류시원으로서는 좋은 변신의 기회였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와 반대로 <호텔리어>의 캐스팅 과정에서는 그야말로 눈에 안 보이는 신경전이 엄청났었다고 한다. 그래도 김승우와 배용준이라는 두 스타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각자 자신이 주인공이고, 상대방은 자신을 받쳐주는 조연으로 알고 있어서 두 배우 모두 상대방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연출자 역시 두 스타가 모두 탐났기에 중간에서 어느 한 쪽이라도 섭섭하지 않게 해주기 위해 캐스팅과정에서 누구를 주인공이라고 못밖지 않는다고 한다. 또 촬영 중에도 제작진들은 두 배우 모두에게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호텔리어>나 <아름다운 날들> 모두 배용준과 김승우, 이병헌과 류시원 모두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조연인지 구분이 안갈 만큼 멋지게 나와 아직까지는 어느 누구도 서운하게 느끼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스타급 연기자를 두 명 이상 캐스팅 해야 될 경우에 연출자나 제작자는 본의 아니게 선의의 거짓말과 사기(?)를 쳐야만 할 것 같다.

김 영 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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