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저서 다시 읽기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2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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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한 대형서점. 법정 스님이 입적하자 서점 측이 따로 마련한 추모 코너에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스님의 저서를 9권이나 집어 든 윤재혁 씨(57)는 "스님이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들어서 지금이 아니면 소장할 수 없을 것 같아 급히 왔다"고 말했다. 우은애 씨(34·여)도 "서점을 세 곳이나 들렀지만 '무소유'는 품절돼 살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무소유'의 정신을 남기고 입적한 법정 스님을 추모하는 열기가 '대표작 다시 읽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오프라인 서점 업계는 벌써부터 재고가 바닥나 물량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12일 오후 현재 이들 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무소유' 등 법정 스님의 대표작이 품절됐다는 안내문을 띄워 놓았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는 법정 스님이 입적한 11일 하루 만에 '무소유'가 1835권이나 팔렸다. 평소보다 20배정도 많은 판매량이다. 일일 베스트셀러 순위도 '무소유'가 1위였고, '아름다운 마무리'(2위), '일기일회(一期一會)'(3위) 등 스님의 저서가 8위까지 순위를 독차지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출판사들에게 책을 더 공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법정 스님의 유언 때문에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 스님의 유언에 따라 소박하고, 차분한 장례 절차가 이어지자 시민들이 "법정 스님 책은 앞으로 영영 살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소유를 출간한 ㈜범우사 김영석 편집실장(52)은 "독자들도 스님의 책을 읽을 권리가 있는 만큼 다비식이 끝나면 길상사 측과 증쇄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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