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4만호 속 세상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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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지령 4만 호는 언제쯤 나올까?

휴일 없이 매일 신문을 낸다고 해도 지령이 1만 호 더해지는 데는 28년이나 걸린다. 1920년 4월 1일 창간한 동아일보가 1만 호(1955년 8월 19일)를 내기까지는 35년이 넘게 걸렸다. 다시 2만 호(1986년 10월 1일)에 이르는 데 약 31년 1개월, 3만 호까지는 또다시 약 31년 3개월이 걸렸다.

현재와 같이 주 6일 동안 일부 연휴를 빼고 날마다 신문을 한 번 내는 체제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4만 호에 이르는 것은 32년 4개월 뒤다. 다시 말해 2050년 6월 어느 날에 동아일보는 지령 4만 호를 발간하게 된다.

물론 인류사의 그 어느 순간보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어 미래 신문의 모습은 오늘날과 같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86년 지령 2만 호를 제작하던 동아일보의 고민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동아일보는 “앞으로의 30여 년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격변의 한 세대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며 ‘지령 3만 호 시대 미리 가본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냉전 체제가 여전했고 권위주의가 지배했던 시절임에도 동아일보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거의 정확히 예측하는 한편으로 중국·소련과도 교역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장인들은 007 가방 크기만 한 이 단말기를 휴대하면서 어느 때든 회사에 연락, 사무 지시를 얻어낼 수 있으며… 필요한 정보는 정보저장은행에서 곧바로 얻어 쓸 수 있으며 결재도 손대신 ‘보았다’는 신호만 타이핑하면 된다.”

지령 3만 호 시대의 미래 모습을 예측해 본 동아일보 2만 호(1986년 10월 1일). 당시에는 3·1운동 100년, 본보 창간
 99년을 맞는 2019년에 지령이 3만 호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2019년의 세상을 그려봤다. 동아일보DB
지령 3만 호 시대의 미래 모습을 예측해 본 동아일보 2만 호(1986년 10월 1일). 당시에는 3·1운동 100년, 본보 창간 99년을 맞는 2019년에 지령이 3만 호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2019년의 세상을 그려봤다. 동아일보DB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30여 년 뒤를 다녀갔던 걸까. 마치 오늘날 인터넷이나 노트북, 스마트폰을 눈으로 보고 쓴 것 같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2019년의 세상’을 예측한 이 기사는 상당수가 적중했다. 지령 3만 호가 2018년이 아니라 2019년에 이를 것이라고 본 것 정도가 틀렸다고 할까.

당시 지면이 예측한 ‘자동화 사회’의 모습은 흥미롭다. “고속도로도 컴퓨터화돼 일단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량은 운전 없이 종착지까지 갈 수 있다”는 건 자율주행자동차의 출현을 예견한 것 같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고령사회 경고도 그대로 들어맞았다. 기사는 “현재의 20대 이하 세대는 부양만 하고 부양은 제대로 못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예측했다.

민주주의의 실현을 확신하기도 했다. “사회 경제 규모가 갈수록 커짐에 따라 한 계층 또는 특정 집단이 이를 통제할 수 없게 되므로 자연스러운 민주화의 과정을 거쳐 개인의 자유, 언론의 자유, 재산권의 보호 등이 실현될 것”이라고 봤다. 또 “계층 간 빈부격차 및 격차의 세습구조는 사회 전 영역의 민주화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은 오늘날 ‘수저계급론’을 떠올리게 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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