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원들이 뽑은 베스트 국감의원]피감기관이 꼽은 꼴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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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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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양청 국감서 4대강 질의… “이 무식한 사람들” 막말까지

동아일보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전수조사와 병행해 25∼27일 이번 국정감사 피감기관을 상대로 국감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20여 개 정부 부처 및 기관의 간부 직원 50여 명이 동아일보의 인터뷰에 응해 피감자의 관점에서 본 국감의 문제점, 높이 평가할 만한 의원, 꼴불견 행태를 보인 의원들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이 주로 지적한 국감의 문제점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 △과다한 자료 제출 요구 △막말 질의 △확인되지 않은 폭로 등이었다.

○ 전문성 부족한 의원들

피감기관들은 국회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이 국감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사법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초적인 법률용어인 ‘공소시효’의 뜻을 몰라서 황당한 질문을 하는 의원도 있었다”며 “피감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의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정책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꼬투리나 실수를 잡기 위한 감사로 흘렀다”고 지적했다. 한 고위공무원은 “심지어는 1∼2년 전에 충분하게 해명했던 것까지 재탕, 삼탕 질문이 나왔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4대강 사업과 태광그룹 비자금·로비의혹 검찰수사 등 대형 이슈에 묻혀서 정작 다뤄야 할 각종 현안들은 건너뛸 수밖에 없었다. 한 야당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 국감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 엄청난 자료 요구

피감기관들은 국감 기간을 전후로 국회 보좌관들의 엄청난 자료 요구에 시달린다. 한 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은 “요구한 자료가 너무 많아서 국감 기간에는 사실 업무가 정지된다”며 “민생현안을 다루는 부서에선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료는 엄청나게 요구하는데 정작 질문은 신문기사에 난 것을 재탕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피감기관은 중복되는 자료요구를 상임위 간사들이 사전에 조정해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한 의원은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자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 봉건시대에 아랫사람 다루듯이

피감기관장에 대한 국회의원의 막말은 여전했다.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은 5일 문화재청에 대한 국감에서 이건무 문회재청장에게 “이 무식한 사람들아. 청장은 앉아서 답할 자격이 없다. 발언대로 서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8일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이런 자장면이 어디 있냐. 이렇게 엉망인 사람이 어디 있냐. 농락하려는 겁니까”라며 흥분했다.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18일 KBS에 대한 국감에서 “안전관리팀은 사장의 경호대 아니냐”라고 추궁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나이 지긋한 외부 인사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다그치는 모습은 거의 수사관의 취조 같았다”고 말했다.

○ “아픈 곳 제대로 지적하는 것은 감사”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의원들의 진실이 담긴 충고와 조언, 대안제시 등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간부들은 홀몸노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국감 기간 중 주요 이슈로 만들어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을 우수 의원으로 꼽았다. 복지부 A 국장은 “이 의원의 답변을 들으려는 자세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국감을 마친 뒤 복지부 내에 ‘독거노인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국방부 B 국장은 군 장성 출신인 한나라당 김장수 한기호 의원에 대해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정책 질의가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교육과학기술부 C 국장은 민주당 김유정 의원을 우수 의원으로 꼽으면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교과부가 고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짚어내더라”고 칭찬했다.

정치·경제·사회·교육복지·문화부 종합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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