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진원지 伊-스페인까지 회복세… 유로존 바닥 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제조업 PMI 26개월만에 최고치… 남유럽 부동산-관광산업 살아나
“경기침체 끝났다” 낙관론 힘받아
신흥국 외환위기-美출구전략 변수… 獨총선 결과따라 다시 요동칠수도

2010년 그리스의 재정위기 이후 위기에 빠졌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마침내 경기 침체의 바닥을 치고 경제위기 패닉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경제지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2일 유럽 시장조사업체인 마킷의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유로존 제조업 부문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인 51.4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독일의 제조업 PMI는 51.8로 25개월 만에 최고로 올라갔고. 영국도 30개월 만에 최고치인 57.2를 나타냈다. 프랑스만 전달과 같은 49.7로 50을 밑돌았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 침체를, 50을 넘으면 경기 회복을 나타낸다. 비유로존인 덴마크의 금융그룹 단스케은행은 2일 “유로존의 채무 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 재정위기 진원지인 남유럽도 경기 회복

유로존에선 재정 위기의 진원지였던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탈리아는 PMI가 51.3으로 28개월 만에 50을 넘었으며, 스페인 역시 2년여 만에 50을 돌파했다. 경제 상황이 가장 악화됐던 그리스도 48.7로, 최근 44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치에 이르렀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프랑스를 제외한 전 회원국에서 골고루 나타나는 회복세는 유로존의 반등이 전체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제조업 경기 개선은 신규 주문 상승과 수출 증가세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단스케은행의 프랑크 욀란 한센 애널리스트는 “최근 3년간 남유럽 국가들이 임금 삭감과 업무 효율화로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제조업에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며 “한 국가의 불확실성이 다른 국가로 전염돼 유로존 전체에서 패닉이 일어나는 위기는 끝난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부동산과 관광 산업도 회복세다. 올 5∼7월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의 부동산 거래가 23억 유로(약 3조3264억 원)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올 2∼4월 거래액보다 60% 증가한 수준이다.

또 올 1∼7월 스페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늘어난 3400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일 보도했다. 그리스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올해 170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난으로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데다, 터키 이집트 시리아 등에서 정정 불안이 끊이지 않으면서 남유럽 국가들이 관광 산업에서 반사 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존의 실업자 수도 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실업자는 올 6월 2만4000명 줄어든 데 이어, 7월에도 1만5000명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실업자 감소 폭이 크지 않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12.1%로 올라가기도 했다. 유로존의 회복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실업률로 꼽히고 있다.

○ 아직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

유로존과 중국의 경제지표 호조로 3일 아시아 증시 등은 활기를 찾았다. 하지만 수년간 세계 경제를 짓눌러 온 유로존이 위기의 망령을 완전히 떨쳐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貨) 가치가 또다시 하락해 4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신흥국 외환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통화정책을 결정함으로써 양적완화 축소의 첫 시험 무대가 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17, 18일에 열린다. 이를 전후해 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0월 중순에는 미국 국가부채 한도 소진을 앞두고 있어 신흥국에 또다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 탈출의 핵심 변수로 이달 22일 열리는 독일 총선을 꼽고 있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 가능성에 기대고 있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총선을 염두에 두고 그리스 지원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 3, 4위 경제 규모를 가진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다.

파리=전승훈·뉴욕=박현진 특파원 raphy@donga.com
#재정위기#유로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