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새 테러특조법안도 좌초 위기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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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위성이 연일 쏟아지는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전 방위성 사무차관의 골프접대 파문에 이어 해상자위대의 급유량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민간이 군을 통제하는 ‘문민통제’ 원칙이 흔들린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3일 국회 심의에 들어간 테러대책특별조치법(테러특조법)의 대체법안 처리도 암초에 걸렸다.

▽“급유량 은폐는 문민통제의 위기”=방위성은 22일 자위대 해상막료감부(해군본부)가 2003년 미군 함정에 대한 정확한 급유량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같은 보고 누락 때문에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당시 관방장관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청 장관이 국회 등에서 “자위대의 석유가 이라크전쟁에 전용된 일은 없었다”는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03년 5월. 당시 이라크 작전에서 돌아온 미국 키티호크 항공모함 전투부대 사령관이 “해상자위대에서 80만 갤런을 보급받았다”고 발언해 일본의 기름이 이라크전쟁에 전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테러특조법에 따르면 미군 등 다국적군에 대한 급유 지원은 아프가니스탄 내 테러분자 소탕을 위한 활동에만 국한하고 있다.

당시 후쿠다 관방장관은 “보급량이 20만 갤런이어서 항공모함이 페르시아 만에 들어가기엔 모자라는 양”이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피스데포가 올 9월 미 공문서 분석을 통해 급유량이 80만 갤런이었다고 지적하자 방위성이 은폐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

특히 자위관이 잘못을 알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더욱 큰 충격을 줬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사설에서 “문민통제가 기능하고 있는지 근원적인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상부가 몰랐을 수 있느냐”며 방위성의 보고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방위성 터줏대감과 업자의 유착=8월 퇴직 전까지 4년여간 방위성의 2인자로 군림해 온 모리야 다케마사(守屋武昌) 전 사무차관의 골프접대 파문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모리야 전 차관은 22일 방위전문상사인 야마다(山田)양행의 간부와 재임 중 140여 차례 골프를 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성은 모리야 전 차관에게 퇴직금 반납을 요구할 방침을 세웠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 회사의 미국 현지법인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해 결과에 따라 파문이 더욱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러대책특별조치법 해결 난항=이처럼 악재가 겹치면서 인도양 급유 지원을 위해 정부여당이 내놓은 새 법안은 기존 법안 만료일인 다음 달 1일 이전에 제대로 심의도 안 될 공산이 커졌다. 야당이 두 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을 심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간사장은 23일 “방위성은 부패와 정보 은닉의 복마전”이라며 “새 법안을 논의하기 전에 관련 의혹을 모두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다음 달 10일 회기가 만료되는 국회를 연장할 것인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테러특조법: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후방 지원하기 위해 2001년 11월 제정한 특별법. 해상자위대는 이 법에 근거해 인도양에서 미 해군 함정에 대한 급유 활동을 해 왔다. 2003년, 2005년, 2006년에 기한이 연장됐으며 11월 1일로 끝난다. 민주당 등 참의원을 장악한 야당이 법안 연장에 반대하자 정부여당은 해상자위대의 활동을 인도양에서의 급유 급수로 제한하는 내용의 급유지원특별조치법안을 새로 국회에 제출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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