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수파 “상하이협력기구는 독재자 클럽”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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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항마’ ‘반미(反美) 스토커 그룹’ ‘석유 대신 핵무기로 무장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15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두고 미국 내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특히 미국은 SCO가 기존 6개 회원국(중국,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4개국) 외에 이란, 파키스탄, 인도까지 포함해 몸집을 불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잔뜩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피터 브룩스 선임연구원은 SCO 정상회의에 맞춰 인터넷 사이트에 ‘독재자 클럽, 아시아의 추악한 의제’라는 글을 올려 미국의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먼저 SCO를 “유라시아 심장부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도구”라고 규정했다. 중국으로선 대만의 독립 저지 주장을 확고히 하고, 러시아로선 NATO의 동유럽 확대에 맞서 ‘아시아의 바르샤바 조약기구’ 건설을 꿈꾸고 있다는 것. 나아가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가스 확보는 중국,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딱 맞아떨어진다.

그는 SCO가 지난해 중앙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철수에 합의한 이후 우즈베키스탄이 카르시 하나바트 공군기지를 폐쇄하고, 키르기스스탄이 마나스 공군기지 사용료를 기존의 100배나 더 내라고 요구하고 나선 점을 환기시켰다. 특히 키르기스스탄을 ‘강탈국(Extortistan)’이라고 부르며 비꼬았다.

그는 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데 대해 “SCO에선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하는 거북한 질문을 받지 않을 테니 안성맞춤일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미국은 지난해 SCO 참여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브룩스 연구원은 SCO가 NATO와 같은 온전한 동맹체제로 공고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SCO의 소국들에게 과거 곰(러시아)과 용(중국)의 포옹은 ‘불쾌함’의 세월이었음을 상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일부 SCO 회원국을 꼬드겨 ‘제3의 큰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론 고위급 방문과 군사원조, 에너지협력 등을 제안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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