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제작과 유통 분리…케이팝 경쟁력 높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19일 07시 00분


CJ E&M이 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CJ뮤직,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뮤직웍스, MMO, 1877을 산하 레이블로 두고 저마다 다른 색깔의 음악으로 영역 넓히기에 나섰다. 스포츠동아DB
CJ E&M이 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CJ뮤직,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뮤직웍스, MMO, 1877을 산하 레이블로 두고 저마다 다른 색깔의 음악으로 영역 넓히기에 나섰다. 스포츠동아DB
■ 국내 음반업계 ‘레이블 체제’ 가속화

CJ E&M, 음악사업 ‘레이블 체제’ 도입
CJ뮤직·젤리피쉬 등 5개 기획사 참여

제작에 집중…케이팝 새 성장동력 발판
유통·마케팅 지원 ‘글로벌 경쟁력’ 강화

대기업 엔터테인먼트 시장 장악 우려도


대형 엔터테인먼트기업들이 잇따라 ‘레이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국내 음반업계의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CJ E&M은 18일 음악사업에 레이블 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CJ E&M 음악사업 부문의 자체 아티스트인 로이킴 정준영을 보유한 CJ뮤직, 성시경 박효신 빅스 서인국이 소속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유성은이 소속된 뮤직웍스, 홍대광 손호영을 영입한 MMO, 하이니 와블이 소속된 1877 등 5개 기획사를 산하 레이블로 두기로 했다.

앞서 작년 9월 아이유 소속사이자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을 보유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아이유 써니힐 등이 소속된 로엔트리, 지아 피에스타가 소속된 콜라보따리로 분리시켜 레이블 체제를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씨스타 케이윌 정기고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사실상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자회사 SM C&C를 통해 인피니트 넬 등이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최근엔 ‘발전소’라는 밴드음악 전문 레이블에까지 투자했다.

● 대기업 자본·중소기업 전문성 결합, 케이팝 경쟁력 강화

레이블 체제는 대기업의 자금력과 네트워크, 중소기업의 기획력이 더해지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자본력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음악적 특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전략으로 꼽힌다.

세계 음악시장 1, 2위 국가로 꼽히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레이블 체제가 이미 자리 잡았다.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소니뮤직, 포니캐년 등은 각각 수십개의 산하 기획사를 보유한 글로벌 레이블로, 저마다 성격이 다른 여러 기획사를 운영하며 다양한 아티스트를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저마다 특성이 다른 기획사를 여럿 보유하는 레이블 체제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가진 중소기획사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진출도 활발히 할 수 있다. 결국 레이블화는 케이팝의 성장 동력이고,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 공동제작으로 음악산업 체질 개선 기대

자금력이 약한 기획사들은 현재 유통사로부터 선급금을 받아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음반의 기대수익을 담보로 한 사실상 ‘대출’이다. 이로 인해 음반기획사와 유통사는 항상 채권·채무 관계에 놓이게 되고, 실적이 부진할 경우 새로운 기회도 얻기 어렵게 된다.

레이블 시스템은 선급금 없이 음악산업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CJ E&M도 레이블 시스템 도입의 배경으로 이를 강조한다. CJ E&M 측은 “각 레이블들이 ‘제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투자, 유통, 마케팅, 글로벌 네트워크 등 전반적인 사업 인프라를 지원해 장르의 다양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공룡기업의 독과점·획일화 우려

국내 음반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레이블 체제가 본격화하면 몇몇 대형 엔터테인먼트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무소불위의 공룡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레이블 체제를 도입한 대기업들은 ‘각기 특성화한 레이블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윤추구가 목적인 대기업이 매출을 위해 차별화나 변별력 없는 아이돌 가수들을 레이블만 바꿔 양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음악적 다양성마저 후퇴할 수도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각 레이블의 음악적 색깔을 잊지 않는 동시에 다양성을 지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니뮤직 이세환 차장은 “공급의 획일화와 음악소비의 편식이 심한 가운데서 지금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토대가 마련될 때까지 레이블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레이블이란?

전문화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기업 형태로,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일정 지분을 인수 혹은 합병해 계열사 개념으로 운영하는 것을 일컫는다. 가요계에서는 한 기업이 저마다 특화한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기획사 여러 곳과 손잡는 것을 말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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