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실화 담은 ‘플레이’로 장편 첫 데뷔한 남다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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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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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 음악-미술교감은 키스신보다 에로틱”

3인조 모던 록밴드 ‘메이트’가 공식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실화를 다룬 영화 ‘플레이’에는 실제 밴드의 멤버들이 실명으로 출연한다. 왼쪽부터 ‘메이트’의 이현재, 임헌일, 정준일. 진진 제공
3인조 모던 록밴드 ‘메이트’가 공식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실화를 다룬 영화 ‘플레이’에는 실제 밴드의 멤버들이 실명으로 출연한다. 왼쪽부터 ‘메이트’의 이현재, 임헌일, 정준일. 진진 제공
23일 개봉하는 ‘플레이’는 ‘듣는’ 영화다.

영화는 모던 록 밴드 ‘메이트’의 결성부터 이들이 공식무대에 서기까지의 실화를 담았다. 실제 밴드 멤버인 정준일(키보드와 보컬) 임헌일(기타와 보컬) 이현재(드럼)는 극중 주연인 준일 헌일 현재로 출연해 자기들의 실제 음악을 들려준다. 극장 문을 나서도 이들이 쏟아냈던 노래가 오래 귓가를 맴돈다.

23일 서울 종로구 계동의 카페에서 만난 남다정 감독(31)은 “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의 반응이 걱정”이라면서도 ‘플레이’에 대해 “젊은 세대에게는 아름답지만 불안한 현재를 위무해 주는, 기성세대에게는 아팠지만 소중했던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각자 다른 공간에서 아티스트를 꿈꾸던 준일, 헌일, 현재는 의기투합해 밴드를 결성한다. 하지만 요즘 ‘88만 원 세대’가 그러하듯 이들에게도 현실은 팍팍하다. 지인이 빌려준 건물 옥상에서 연습을 하고, 아끼던 악기를 팔아 음악을 이어간다.

이들에게 ‘해뜰 날’은 극적으로 찾아온다. 세 사람은 2009년 1월 미국 밴드 스웰시즌의 내한 공연장인 서울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깜짝 공연을 펼쳤고, 이를 눈여겨본 스웰시즌의 멤버 글렌 한사드가 자기네 밴드의 공연에 앞서 무대에 서 달라고 제안했다. 데뷔 앨범도 내지 못한 그룹이 큰 무대에 오르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메이트의 ‘이 사건’을 듣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1년 동안 멤버들을 수시로 만나며 밴드 멤버들의 속성을 공부했죠. 이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신작 ‘플레이’에서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인 남다정 감독은 “내 영화를 봤을 때 여성 감독이 아니라 남다정 감독의 영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신작 ‘플레이’에서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인 남다정 감독은 “내 영화를 봤을 때 여성 감독이 아니라 남다정 감독의 영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영화는 남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대학원을 마치고 시나리오 공모에 몇 번 떨어지며 3년을 ‘백조’로 지냈다. “저와 이 친구들은 많이 닮았어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메이트가 세종문화회관 무대로 나가는 장면은 제가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것과 같아요.”

그가 동시대 청춘들의 성장을 연주한 또 다른 ‘악기’는 사랑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앞에 젊은이들이 사랑을 주저하듯이, 영화 속 헌일과 미술학도 은채(정은채)도 가슴앓이만 한다. 결실을 맺지 못한 인연이지만 이들이 엮어가는 사랑은 아름답다. 갤러리에서 헌일이 갈대밭을 담은 은채의 동영상 미술작품에 음악을 입히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로 뛰어난 미장센(영상미)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듣는’ 영화에 ‘보는 영화’의 미덕이 더해진다.

“두 사람이 가장 갈망하는 음악과 미술의 교감을 통해 남녀 간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 장면이 어떤 격렬한 키스신보다 에로틱한 장면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섬세한 음악영화를 만든 남 감독이지만 실제 성격은 털털한 편이라고 말한다. “이번 영화는 제 여성성을 총동원한 영화예요.(웃음) 제가 꼭 만들고 싶은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 ‘구니스’ 같은 어드벤처 영화죠. 여자감독이라고 해서 멜로만 만들라는 법은 없죠.”

차기작은 1930년대 신(新)여성이 주인공인 격정 멜로다. 그는 “야한 장면이 가득한, 치정과 복수극이 담긴, 사랑의 집착의 끝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독하게 말했다. 그의 당찬 대답과 ‘플레이’의 감각적 영상을 떠올리며 여성 감독에 목말라하는 충무로가 샘물 하나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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