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이번 주말 ‘스포츠동아’의 강력 추천작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공포, 안도의 한숨, 터져나오는 웃음 속에서 진한 여운을 남기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화씨 9.11’ 마이클 무어의 새 영화 ‘식코’다.
병원비가 없어 다리에 난 상처를 직접 꿰맨다. 손가락 두 개가 잘렸다. 봉합하는 데 약지는 1억2000만원, 중지는 6000만원이 필요하다.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중지는 과감히(?) 포기한다. 청각을 잃을 위기에 빠진 아기, 돈이 없어 한쪽 귀만 수술해야 한다. 이 쯤 되면 아프리카의 어느 후진국 얘기가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식코’ 속 오늘의 미국이다.
제목 '식코‘(Sicko)는 환자를 뜻하는 속어. 마이클 무어는 이번 영화에서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미국 식코들의 고통을 고발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의료보험이 아닌 민간의료보험제도를 구축한 미국의 현실은 ’식코‘ 속에서 끔찍하다. 키 155cm에 몸무게가 80kg이라 의료보험 가입이 안 되는 여성의 모습에선 눈물이 난다.
새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 추진 움직임을 무심코 흘려들었던 우리에게 ‘식코’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 느낀다면 이 영화에 주목할 만한 이유로서 충분하다. 국가 주도 의료보험제도를 ‘공산주의’라고 비난하는 어이없는 정치인, 국가의료보험제도 속 영국 의사들은 가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등 마이클 무어의 위악한 듯 보이는 위트에 쓴웃음을 짓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경호 기자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