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극도 ‘한류열풍’…'무인시대'등 대만수출 추진

  • 입력 2003년 2월 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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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하드라마 '무인시대'

KBS대하드라마 '무인시대'

한류 열풍을 타고 트렌디 드라마 중심으로 이뤄졌던 방송프로그램의 해외 진출의 폭이 사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KBS는 ‘용의 눈물’ ‘왕과비’ ‘태조왕건’ ‘무인시대’ 등 대하사극을 시리즈 형태로 대만에 수출할 계획이다. 특히 고려 무신정권의 집권기를 그린 ‘무인시대’의 경우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돼 방영 전부터 수출 협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KBS 컨텐츠정책팀 은문기 부주간은 “지난해 11월 ‘장희빈’은 이미 대만의 케이블 방송사인 웨이라이(緯來)TV에 판매됐다”며 “현재 ‘용의 눈물’ 등 사극에 대해 가격을 놓고 최종협상 중에 있으며 빠르면 3, 4월경 수출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국의 전통역사를 소재로 한 사극이 다른 나라로 수출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 그러나 지난해 4월 ‘명성황후’가 대만에 수출돼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SBS ‘여인천하’, MBC ‘상도’ 등이 대만에 진출했고 급기야 정사(正史)를 다룬 대하드라마도 수출되기에 이르렀다.

대만은 홍콩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범 화교권 시청자들에게 ‘한류(韓流)’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허브 시장이다. 한국의 방송프로그램이 대부분 이곳에서 중국어로 더빙된 후 다른 지역으로 유통되기 때문.

대만에서 시청률 5위 안에 드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명성황후’의 경우 일본의 침략을 함께 겪은 근세사의 경험 때문에 공감대를 얻었던 것이라고 분석됐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공감대가 부족한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정통사극이 해외에서 어떤 반응을 낳을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사극의 상품성은?〓“일본의 대하드라마는 대부분 자신의 역사를 미화하는 국수주의적인 분위기가 강하고, 너무 정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하드라마는 국수주의적인 면에서 벗어났고,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삼국지 스타일의 호쾌한 액션도 들어있어 해외진출 가능성이 크다.” (KBS드라마국 안영동 주간)

일본 NHK대하드라마는 16세기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쓰 등 막부시대 실력자들의 역사를 화려하게 꾸며 자국의 문화적인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이 대부분. 일명 ‘코스튬 드라마’(전통의상을 입고 하는 드라마)라고 불리는 중국의 사극은 하늘을 날아다닌 무협지 풍의 액션이 과장이 심해 리얼리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사극은 등장인물들간의 갈등과 사랑 등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전쟁장면은 철저하게 리얼리티를 살리는 유럽스타일의 액션을 사용하고 있다는 데서 독특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송경희 연구원은 “KBS 대하드라마는 SBS나 MBC의 사극과 달리 정사 중심의 전통 사극이어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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