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전원일기>,푸근한 고향이야기 한결같은 20년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9시 23분


MBC 드라마 ‘전원일기’(일요일 오전11시)가 21일로 꼭 20주년을 맞는다.

한국 방송사상 ‘최장수 드라마’인 전원일기는 1980년 첫 방송됐다.

20주년이라는 대기록에도 불구하고 ‘전원일기’측은 별다른 행사없이 조용히 넘기기로 했다. ‘전원일기’의 연출자인 권이상PD는 “20주년이 큰 의미가 있긴 하지만 내년 2월 1000회를 맞아 한꺼번에 기념 행사를 할 것”이라며 “지금부터 내년 특집과 행사를 기획중”이라고 말했다.

20년동안 ‘전원일기’를 거쳐간 작가는 14명, PD는 13명. 전원일기가 장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신적 고향’을 그렸기 때문. 실제 농촌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청자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고향의 이미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도시인의 향수를 성공적으로 자극했다.

‘전원일기’의 가장 큰 자랑은 20년간 변함없는 고정 출연자들. 할머니역의 정애란부터 최불암 김혜자 김수미 김용건 고두심 유인촌 박순천 등 쟁쟁한 스타들이 20년을 함께 했다.

포대기에 싸여 출연을 시작해 중학생때까지 나와 사랑을 받았던 영남, 수남, 복길의 아역은 96년 성인역과 교대했다. 아역 중 탤런트를 계속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제작진과도 연락이 끊긴 상태. 다만 금동이 아역을 맡았던 양모씨(27)는 한 때 불량청소년이 돼 방황하는 바람에 극중에서도 가출한 것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아역들이 극중에서 계속 성장한 것과 달리 할머니와 김회장 부부는 나이를 먹지 않거나 오히려 낮추는 편법으로 20년전 가족 구성원을 억지로 유지하고 있다. 영남과 복길의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도 증손자와 증조할머니의 나이 차이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고민 때문이다.

한 때 프라임타임에 방영됐던 ‘전원일기’는 일요일로 밀려난 뒤 소재 고갈 등으로 개편 때마다 폐지론에 휘말리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고정팬’ 덕분에 시청률은 15% 전후로 괜찮은 편.

MBC 관계자는 그러나 “1000회까지는 계속 방영되겠지만 ‘전원일기’는 이미 ‘계륵’같은 존재가 됐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전원일기’ 첫 회의 제목은 마치 20년 후의 이런 고민을 예견한 듯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당시 제목은 ‘박수칠 때 떠나라’.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