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두 문화]월주스님이 본 가수 이정현

  • 입력 2000년 9월 24일 18시 43분


가수 이정현에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바꿔’ ‘평화’ 등 뮤직비디오와 영화 ‘꽃잎’을 보면 이정현은 노래와 연기에 타고난 듯하다. 15세에 데뷔해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불가적으로 표현하면 전생에서 예술적 소양을 닦은 업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우선 이정현은 ‘바꿔’라는 노래로 기억된다. 이 노래는 4·13 총선정국과 맞물려 개혁의 주제가가 됐다. ‘바꿔’의 주장은 부패한 사람과 낡은 의식, 제도를 바꾸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무조건 젊은 세대가 개혁의 주체이고 기성 세대를 객체로 봐서는 안된다. 불가에서는 ‘멀리 보지 말고 앞의 언덕부터 보고 자기 다리 밑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변화를 주장할 때는 ‘자기 마음부터 바로하고 마음의 본바탕으로 돌아가라’ 하고 ‘널리 중생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고 했다. 즉 ‘바꿔’를 주장하는 젊은 세대도 이기적이고 파편화된 사고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정현의 노래 중 ‘평화’는 서로를 용서하자고 한다. 특히 전쟁 장면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가 평화의 의미를 부각시켜 인상깊었다. ‘평화’는 부처님 말씀의 요체 중 하나다. 부처님 사상은 자유와 평등, 평화다. 자유는 해탈의 경지이고 그를 통해 평화가 이뤄진다.

불경에는 ‘생물이나 무생물이나 모두 부처님의 성품이 있다’고 돼 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끼리 총칼을 맞대고 서로 죽이는 것은 부처님의 말씀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평화’라는 노래는 부처님 말씀인 동일법성(同一法性)과 동일체(同一體)의 원리, 즉 만물이 평등하며 한 생명임을 알고 서로 공존공생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정현의 노래 중에는 ‘너’ ‘와’ 등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다. 대중가요에서 가장 많은 주제가 사랑인데 부르는 이나 듣는 이들이 참 사랑의 뜻을 알기 바란다. 사랑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부부와 형제, 친구간에 상대를 위해 끝없는 사랑을 줘라. 그러면 번뇌와 망상, 집착이 사라지고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 남을 이롭게 하는 행동을 실천하면 지혜를 깨닫는다. 이를 이보현행 오보리(以普賢行 悟菩提)라고 한다.

그러나 이정현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선정적인 면에 약간 치우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춤이나 패션 등이 그렇다. 젊은 세대와 감각의 차이 때문이지만 어쨌든 인간의 욕구를 충동적으로 자극하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선정성은 인간의 욕정을 불러 일으켜 평상심을 잃게 하기 때문이다.

전통극인 ‘심청전’ ‘춘향전’ ‘흥부전’은 사랑 효행심 인과응보 평등사상 파사현정(破邪顯正) 등의 메시지가 있다. 파사현정은 나쁜 생각을 깨뜨려 정법을 구현한다는 의미다. 특히 심청전에서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것은 개안(開眼)으로 이는 자각의 눈을 뜨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통극들은 선정적이지 않고도 부처님 말씀과 유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불가에서도 대중의 심성을 순화하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노래와 춤, 기악 연주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불가에는 예부터 범패음악이 계승되고 있다. 그리고 음악과 무용 등을 관장하는 건달바(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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