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술집, 내일은 고깃집…하루짜리 ‘초단기 알바’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2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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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진용 씨(29)는 최근 고정 아르바이트생은 2, 3명만 남기고, 모자란 일손은 하루 3~6시간가량 일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으로 메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거리두기 조치가 수시로 바뀌면서 매출 변동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다시 거리두기가 격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많아 일손이 필요할 때만 초단기로 사람을 뽑아 쓰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대학생 정모 씨(25)는 사흘 동안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하루는 술집, 하루는 고깃집 등으로 가게를 옮겨 다니며 하루에 약 6~10시간동안 일했다. 시급 약 1만 원가량을 받아 사흘 동안 약 26만 원을 벌었다. 정 씨는 “5, 6년 전만 해도 초단기 일자리를 구하려면 택배나 편의점 등 선택의 폭이 한정적이었지만 최근엔 종류와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하루에 10시간미만으로 일하고 바로 임금을 지급 받는 ‘초단기 아르바이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고정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중장기 아르바이트 채용을 기피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데다, 남는 시간에 일하길 원하는 20, 30대 ‘N잡러족(族)’도 많아지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시장이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혜선 씨(23)도 코로나19로 다니던 직장의 월급이 줄자 초단기 아르바이트 플랫폼을 이용해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지난달부턴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취업준비와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김 씨는 “초단기 아르바이트의 경우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에 일을 할 수 있어 정해진 날짜에 출근해야 하는 고정 아르바이트에 비해 부담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초단기 아르바이트 수요가 늘면서 이를 매칭해 주는 플랫폼 이용도 늘어나고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 매칭 플랫폼 ‘급구’에 따르면 11월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이후 단기로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의 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비해 250%이상 증가했다. 단기알바 채용 지원자 수도 지난해 10~11월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 약 127% 증가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는 월간 이용자 수(MAU)도 20만 명을 넘는다. 또 다른 단기 아르바이트 플랫폼 ‘크몽 쑨’도 지난달 일평균 어플리케이션(앱) 설치 수가 올해 3월에 비해 약 7배로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더해 주 15시간 이상 채용할 경우 주휴수당을 제공해야 하는 등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도 자영업자의 초단기 아르바이트 채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동식 크몽 쑨 팀장은 “코로나19로 매장손님이 줄어 기존 근무자를 해고하고 바쁜 시간에만 단기알바를 채용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며 “해고된 사람들이 다시 단기알바 시장으로 몰려들며 단기알바의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칭 플랫폼 ‘급구’를 운영하는 업체 ‘니더’의 신현식 대표는 “2015년부터 초단기 아르바이트 수가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코로나19로 증가세가 빨라졌다”며 “정규직 채용인원이 늘어날수록 고정비 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에 단기알바를 통해 인력수급을 하는 자영업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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