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 개편안 연기는 생맥주 탓?…이해 엇갈린 오비 vs 하이트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10일 0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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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비율, 오비맥주 10% vs 하이트진로 20%
"병·캔 맥주 원가 비싸…종량세 적용경우 세금만 늘어"

정부가 종량세를 도입하는 주세법 개편안 발표를 연기한 데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여러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종량세를 적용할 경우 세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소주 등 주종별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부터 맥주·소주의 잇따른 가격 인상 탓에 ‘소줏값이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던 정부가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종량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이 일치하는 듯했던 맥주업계에서도 생맥주에 대한 주세 등을 놓고 이견이 엇갈리면서 정부가 개편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7일 주세 개편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이달 초 예고했던 주세 개편안 발표를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동일 주종 내에서 업계 간 종가세(원가당 세액)에서 종량세(ℓ당 세액)로 전환하는 데 일부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튿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생각보다 주종간, 업계간 이해관계 (차이가) 컸고 그분들이 대비해야 할 시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며 “혹시 늦어진다면 (내년)세제개편안을 낼 때 포함해서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해 주세 개편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주세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해온 수제맥주업계도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지난 8일 “마지막 개편 약속 일정이 다시 한 번 무기한 연기되며 수많은 업체의 존폐가 거론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정부는 더 이상 이 사안을 표류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주세 개편안 발표를 기다렸던 일부 업계의 기대와 달리 정부가 개편안 발표를 미루자 업계에서는 종량세 개편으로 인해 세금이 낮아져 수혜를 입는 맥주와 달리 상대적으로 세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소주업계 등의 반발로 인해 연기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가격 인상이 없도록 하겠다던 정부의 입장과 다르게 지난달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각각 자사 맥주·소주 제품의 가격을 잇달아 올리면서 정부의 개편안 발표에 차질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일단 맥주업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견도 이번 개편안 발표 지연에 한 요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인은 생맥주에 대한 세금 때문이다.

병·캔으로 된 맥주의 경우 패키지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원가가 더 비싼 반면 생맥주는 대용량인 20ℓ짜리 스테인리스통(케그)에 담겨 판매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원가가 적게 들어간다.

하지만 종량세 적용에 따라 ‘1ℓ당 얼마’라는 식으로 세금이 매겨지면 생맥주의 경우 그간 가격에 따라 세금을 내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맥주업계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전언이다. 맥주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오비맥주가 60%, 하이트진로가 35%, 롯데주류가 5% 정도인 가운데 오비맥주의 경우 자사 매출 가운데 10% 정도를 생맥주가 차지한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자사 매출 중 생맥주가 20%대의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사 매출 중 생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오비맥주에 비해 하이트진로가 더 높은 상황이다. 이런 배경 등 때문에 최근 조세재정연구원과 맥주업계가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양사가 서로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비맥주의 경우 생맥주에 일관된 세금을 적용하는 것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반면 하이트진로 측에서는 생맥주에 대해서는 별도로 세금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조세재정연구원 측에서는 아예 ▲맥주 전체에 대해 같은 세금을 적용하는 방안 ▲생맥주에 한해 세금을 낮춰주는 방안 ▲전체 세수를 감안해 생맥주의 세금은 낮추는 대신 병·캔맥주의 세금 기준은 더 높게 책정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주·위스키 등의 주종에 따른 이해관계도 있겠지만 우선 맥주업계부터 입장이 달라 주세 개편안 마련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도 주류세의 주요 세원인 대형 업체들의 입장을 대놓고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주세 개편에 원론적으로 환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 선에서 개편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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