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ING생명 품에 안고 리딩뱅크 왕좌 복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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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MBK와 막바지 인수협상
‘9년간 1위’ 작년 KB금융에 뺏겨… ING생명 합류땐 재역전 가능 판단
인수가격-고용보장 등 변수

신한금융그룹의 ING생명보험 인수 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다음 달 3일 창립 기념식에서 직접 인수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최근 KB금융그룹에 빼앗긴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도다.

○ 31일 인수 목표로 막판 줄다리기

30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달 31일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ING생명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신한금융의 인수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2조2000억 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매각 가격은 2조4000억 원 정도다.

ING생명의 몸값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3조 원을 넘나들었지만 올 들어 주가가 약 34% 떨어지면서 인수 가격이 낮아졌다. 여기에다 인수 후보로 꼽히던 KB금융이 ING생명에 대한 관심을 접으면서 인수 협상이 신한금융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생명보험업계 6위인 ING생명 인수를 통해 KB금융에 빼앗긴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9년 동안 유지했던 리딩뱅크 자리를 지난해 KB금융에 내줬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1조7960억 원으로 KB금융(1조9150억 원)에 못 미쳤다.

신한금융은 이 같은 실적 차이가 비(非)은행 계열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KB손해보험, KB생명을 거느린 KB금융에 비해 신한금융은 보험 계열사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올 상반기 KB금융의 보험 계열사들은 1900억 원의 순이익을 낸 반면에 신한생명은 700억 원에 그쳤다. 상반기 1836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 ING생명이 합류하면 이 차이를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게 신한금융 측의 계산이다.

○ “보험 계열사 강화해 리딩뱅크 찾겠다”

신한생명과 ING생명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신한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은행 창구를 통한 방카쉬랑스 영업이 강점인 반면에 ING생명은 남성 설계사 조직과 보험 상품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신한생명은 대규모 증자가 필요하지만 ING생명은 재무 구조가 탄탄해 별도의 자본 확충이 필요 없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신한생명의 증자보다 인수합병(M&A)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가 확정되면 조용병 회장은 다음 달 3일 신한금융 창립 기념식에서 이를 직접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인수로) 방향은 정해져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변수는 인수 가격과 부대조건들이다. 신중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조 회장의 성향을 감안하면 인수 가격이 기대 수준을 넘어설 경우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NG생명 노조가 7년간 고용 보장과 보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특혜 채용 의혹으로 인사 담당 간부 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당시 신한은행장이던 조 회장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신한금융#ing생명#리딩뱅크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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