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오를수록 짭짤”… 패시브펀드에 뭉칫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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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새 설정액 2배 가까이 증가… 종목 투자 ‘액티브’는 반토막 밑으로
글로벌 증시 동조화 현상 심화 추세… “수익률 평준화 등 부작용” 우려도

최근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지만 인덱스펀드로 대표되는 패시브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패시브펀드는 코스피200 등 특정 주가지수 등에 연동해 지수 상승률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소극적인 펀드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펀드’에서는 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다.

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01년 4371억 원에 불과했던 패시브펀드 설정액은 2008년 8조1564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5조7956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액티브펀드 설정액은 2008년 73조1373억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향세를 보여 지난해 말 32조5249억 원까지 줄었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도 액티브 운용 비중을 낮추고 ETF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펀드매니저가 향후 시장 전망과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오를 만한 종목을 골라 포트폴리오 바구니에 넣고 빼는 식의 액티브펀드가 대세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때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위기에 취약한 액티브펀드에서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패시브펀드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통상 증시가 호황일 때는 공격적 성향의 액티브펀드에 자금이 몰리지만 최근에는 이런 공식도 빗나가고 있다. 최근의 상승장이 철저하게 삼성전자 등 초대형 우량주가 이끄는 장이다 보니 ‘흙 속의 진주’처럼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오랫동안 박스권(1,800∼2,200)에 머무르면서 액티브펀드 수익률이 저조했던 탓에 쉽사리 투자자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운용보수 등 수수료 명목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패시브펀드의 장점으로 꼽힌다.

패시브펀드 비중이 늘면서 주식시장의 특성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비슷하게 오르내리는 동조화 현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자금에서 패시브펀드의 투자 비중이 확대되면서 미국 증시가 오르면 다음 날 국내 증시가 연달아 오르는 등의 동조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패시브펀드의 인기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인덱스에 편입된 종목들이 함께 움직이면서 수익률이 평준화되다 보니 상승장에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언제라도 인덱스펀드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그동안 삼성전자 위주의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오르고 있어 다양한 주도주를 중심으로 한 액티브펀드가 높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코스피#패시브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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