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2터미널 면세점, 패션-잡화매장 유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개장 맞춰 오픈’ 차질 우려

올해 10월 개장 예정인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입점할 면세점 선정 작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2001년 개항 이래 최초로 응찰자가 없어 유찰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인천공항과 관세청의 사업자 선정 갈등으로 관련 일정이 늦어진 데다 일부 매장은 유찰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2터미널 개장에 맞춰 면세점이 문을 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전날 마감한 2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일반기업은 롯데 신라 신세계 한화 등 4곳, 중소·중견기업은 SM 시티플러스 엔타스 등 3곳이 참여했다.

대기업 4곳은 연 임차료가 847억 원인 DF1(향수, 화장품)과 554억 원인 DF2(주류, 담배, 식품)에는 모두 지원했다. 하지만 646억 원의 DF3(패션, 잡화)에는 한 곳도 지원하지 않아 유찰됐다. 인천공항 개항 이래 이번까지 네 차례 입찰에서 입찰자가 없어 유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찰 사태가 발생한 이유를 놓고 제2터미널에 중국 항공사가 없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어 사업자들이 참여를 주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관세청이 면세점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도 흥행 실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까지 면세점 사업자는 공항공사가 선정하고, 관세청이 추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관세청이 ‘사업자 선정 권한을 우리가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공항공사와 관세청은 협상 끝에 공항공사가 1차 심사해 사업권별로 1, 2위 사업자를 선정하면 다시 관세청이 특허심사위를 열어 둘 중 한 곳을 최종 선정하기로 2월 합의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공항공사와 관세청의 심사를 이중으로 받아야 해 준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하소연해왔다. 특히 외국계 면세점들은 관세청 심사가 포함되면서 사실상 낙찰받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제안(60%)과 입찰 가격(40%)으로 판단하는 1차 심사와 달리 관세청 심사에는 국내에서의 기부금 실적을 비롯한 상생 협력, 사회 공헌 등 외국계에 불리한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어서다.

실제로 2월 사업설명회 당시만 해도 관심을 보이던 스위스 듀프리와 미국 DFS 등 외국계 면세점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개항 이후 네 차례 입찰에서 외국계 면세점이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자 선정 과정이 지연되면서 실기(失期)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공사는 지난해 11월 입찰 공고를 내고 올해 2월까지 사업자 선정을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세청과의 갈등으로 진체적인 일정이 지연되는 동안 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가 본격화됐고, 사업자들의 태도도 소극적으로 변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이번에 유찰된 패션·잡화 매장은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라며 “터미널 개장까지 시간이 촉박하지만 일정을 서둘러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인천공항#2터미널#면세점#패션매장#잡화매장#유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