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뷰]겨울잠 깨는 유럽계 자산운용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고영완 삼성증권 런던법인장
고영완 삼성증권 런던법인장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계 자산운용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였다. 당시 영국 중앙은행이 발간한 보고서는 “진정한 자산운용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유수의 컨설팅 업체도 자산운용업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통해 “2020년이면 전체 운용자산(AUM)이 100조 달러를 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중국의 성장과 퇴직연금 관리 수요 증가 등은 이러한 확신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 중국 증시에서 유럽계를 포함한 주요 글로벌 운용사가 대형 손실을 입으며 인지도와 운용 능력에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유럽 자산운용사의 수익률은 호의적이지 않은 거시경제 변수에 직격탄을 맞았다. 저유가 흐름은 계속됐고, 중국 성장률 둔화 우려로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가 이어지면서 운용 자산도 감소했다. 유럽에서 손꼽히는 대형 자산운용사 한 곳은 이머징마켓 전문임을 고수하다 중국펀드 운용 실적 저조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주가도 연초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다.

자산 운용 시장이 위축되면서 2년 전의 화려한 전망 대신 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운용사들이 나타났다. 수익 감소로 고전하고 있던 유럽계 은행들처럼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인력 감축, 비용 절감 등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성과가 좋지 않은 펀드 매니저들의 이름은 가차 없이 구조조정 리스트에 올랐다.

힘겨운 시기를 지나자, 이제 자산운용업의 침체는 없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여전히 중국 경제성장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저유가 등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요 요인은 남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운용 업계에 대한 성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남아 있다. 마이너스 금리 확산,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후 자금 관리, 퇴직연금 관리 등 자산관리 수요는 여전히 크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기관뿐 아니라 개인들도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더라도 주식 등 위험 자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수익성과 안정성이 검증된 펀드에 가입해 적극적인 자산 증식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의 경우, 피고용인의 기업연금 의무 가입 제도를 본격화하여 연금펀드 운용 수요는 더욱 커졌다.

몇 년간 저가형 패시브 펀드 판매가 확대되며 자산운용사들의 운용 보수율은 낮아지는 추세며, 금융 당국의 펀드 운용 투명성 점검 강도는 과거보다 엄격해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실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 년간 다소 부진한 성과로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던 유럽계 자산운용사들의 절치부심이 기대되는 이유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투자 상품으로 자산 관리 선택의 폭이 확대돼, 투자자들이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영완 삼성증권 런던법인장
#유럽계#자산운용사#삼성증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