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하는 박모 씨(46)는 수년간 함께 해온 2003년식 현대자동차 ‘스타렉스’ 운행을 멈췄다. 차체 하부 프레임 부식이 생각보다 심각해 더 이상 일터 투입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스타렉스는 업무용뿐만 아니라 자가용으로도 사용해 한시도 쉴 수 없는 차”라며 “운행하지 못해 당장 돈벌이도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박 씨처럼 2003년~2006년식 스타렉스 차주들 대부분은 차체 부식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차주들의 정보공유가 활발한 온라인 동호회를 가보면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심한 경우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스타렉스도 이곳에선 심심치 않게 확인됐다. 최근 3년간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스타렉스 부식 신고도 39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스타렉스 차체 하부는 녹슨 부위가 워낙 방대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하체 프레임부터 좌석 철제시트 녹, 천공까지 부식이 번질 대로 번졌다”며 “녹슨 프레임을 뜯어내고 새로운 부품을 갈아 끼우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200만 원 가까이 들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스타렉스 차주들의 이 같은 결함 신고가 많아지자 최근 들어 무상 수리를 전격 시행 중이다. 하지만 무상 수리 조치에도 운전자들의 성토는 이어지고 있다. 박 씨는 “수리를 받으려면 3개월이 지나야 서비스센터 입고가 가능하다”며 “그마저도 이전 약속과 달리 전체 수리가 아닌 일부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일부 현대차 정비사업소 문의 결과 수리를 위한 차량 입고는 3~4개월이 소요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무상 수리 범위에 대해선 차체 하부 뒤쪽 프레임으로 한정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2006년 말부터 쏘나타급 중형차 이상, 2011년 이후엔 승용차 전 차종에 수출차와 동일하게 아연도금강판 비율 70% 이상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트럭이나 승합차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작사는 이와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2012년부터 녹이 잘 슬지 않는 강판으로 대체했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보통 엔진이나 미션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한다”며 “차체 프레임은 기둥 역할을 해 내구성에서 가장 담보돼야하는 부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량 부식이 심각해 안전운전에 영향을 준다면 리콜을 하는 게 맞다”며 “그러나 제작사 입장에선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미 문제를 파악했더라도 선뜻 시정조치를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정비 담당 관계자는 “현재 차체 하부 프레임 무상 수리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본사 지침이 확정되는 대로 불편을 호소하는 차주들에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