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甲이 된 乙’ 힘센 공급업체와 협상서 이기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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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업체의 4단계 전략
① 시장 공동진출 등 새 가치 제공
② 통합-일괄주문으로 효과적 통제
③ 새 업체를 경쟁자로 불러들이기
④ 주문취소-계약해지 등 강경책

《 최근 많은 산업 분야에서 구매 업체보다 공급 업체가 더 큰 협상력을 갖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제품이나 부품을 구매하는 쪽이 강한 힘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들어서 공급 업체가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갖는 이른바 ‘힘의 역전’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공급자가 납품 가격을 내려 경쟁 업체들을 고사시키거나 혁신적인 신기술 개발로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밀어낸 특정 공급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얻는 경우도 있다. 또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훨씬 빠르게 증가하면서 공급자의 교섭력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일단 공급자와 구매자 간 힘겨루기에서 열세에 놓인 구매 기업들은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HBR Korea) 최신호(7, 8월 합본호)에는 구매자가 강한 공급 업체와의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4단계 전략이 제시됐다.

구매 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급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규 시장 진출 시 공급 업체에 동반 진출 기회를 제공하거나 장기 계약을 통해 공급 업체의 사업 위험을 줄여 주는 게 대표적인 방법이다. 매년 음료 캔 공급 업체의 납품 가격 인상 압박을 받던 미국의 한 음료회사가 새로운 신흥시장에 진출할 때 해당 공급 업체의 캔을 사용하기로 하고 공급가를 10% 낮춘 것이 좋은 예다.

두 번째로 구매 방식을 바꾸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개별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구매 주문을 전사적으로 통합하거나 품목별, 지역별로 일괄 주문을 하면 협상력이 높아져 공급 업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량 주문을 하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 과거 유럽지역의 은행 4곳은 현금자동인출기 부품과 유지 보수 서비스 구매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통합 구매를 진행하면서 비용을 25% 줄였다.

위의 두 가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공급자를 발굴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 이 전략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다른 시장의 공급자를 불러들여 새로운 공급 업체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 대형 항공사 중 한 곳은 유럽 기내식 공급 업체를 미국 시장에 진출시켜 기내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서 품질도 향상시키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반드시 새로운 공급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 업체가 새로운 공급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문만 나도 공급 업체를 긴장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모든 방법이 통하지 않았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 가능한 전략이 바로 ‘강경책’이다. 구매 주문 취소, 기존 공급자와의 계약 해지, 소송을 통한 위협 등이 강경책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정책은 공급 업체의 반발이나 거래 관계 청산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구매 업체는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조직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보는 시각 등을 갖춰야 한다. 기업 전체의 상황을 조망하며 시장 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까다로운 공급 업체와의 협상에서도 큰 성과를 볼 수 있다.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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